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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가설이 아닌 현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7-13 21: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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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이 이론의 체계를 설렵해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단계임을 체감해가고 있다. 젊음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변조의 기미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자신감 보다 조심성이 요구되기 시작한다. 세월따라 익혀가려니 미루어 생각해보지만 생의 마지막 길목을 준비 해야한다는 경지가 생의 속도감을 팽팽하게 딩겨주고 있다.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된 것도 아닌 자연의 순리로 접어든 길이라서 어설프나마 익숙해지다보면 젊음에서 맛보지 못했던 오묘한 깊은 맛을 우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엇박자를 질러보아도 될 것 같은 여유로움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 개운치 않은 침전물의 부유(浮遊)마저도 진솔한 서정으로 맞아들이게 될 것이다. 지인 할매의 넉두리 같은 탄원으로는 절정의 시간들을 떠나보내고 생산성이 떨어진 소비 밖에 할 것이 없는 짐으로, 누락된 인생으로 전추되어 버린 것 같다고. 열심히 살아왔기에 자타로 부터 공인받을 수 있었고 주변에서 예우해주던 시절도 흘러가버리고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감을 씁쓰럼하게 되씹으며 전락해버린 노구가 싫어지기 시작한다는 넋두리가 아우성처럼 들려온다. 나이듦은 가설이 아닌 현실임을 절감하게 된다. 

나약해지기 시작하면 인정받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가식적인 따스함의 가면을 쓰는 일도 스스럼없이 해낸다. 스스로 속아넘어갈 정도로. 나이 들고 늙어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엇이든 다 포용하며 이해해줄 것만 같은 세대라는 고정관념이 낭패를 만들기도 한다. 살아온 전력만 믿고 선뜻 나서는 것 조차도 주책으로 포장되고 너그러운 미소도 삶을 해탈 한것으로 오해되기 쉽다. 노년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독선, 이기가 팽배해지고 아집과 부정적인 시선이 의외로 더욱 견고해지고 있음을 보게된다. 고령화 사회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은 심각한 전망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높고 넓은 시선으로 진취적인 노년을 추구하는 층들도 있다는 사실이 퍽이나 희망적이다. 도전이나 사랑을 젊은층의 전유물이란 개념을 깨고 늙은이든 젊은이든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며 소중하다는 진리를 삶에 적용하고 실천해가려는 분들을 만날 때면 눈물이 날 만큼 반갑다. 때로는 달콤한 로맨스를 나이듦이란 보편성에 대칭으로 연상해 보기도 하고, 여고시절의 단정한 교복을 다시 한 번 입어보고 싶기도 하고, 웨딩 드레스를 다시 한 번 입어보고 싶음’을 반전으로 대신 해보고싶은 꿈을 꾸기도한다. 가설을 벗어난 노년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되려는지 사뭇 가슴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노년의 우정 또한 그렇다. 세월의 물살을 함께 겪으며 알듯 모를듯 스며들어 만고불변의 정이 쌓이고 참된 도리를 지켜가는 동안 서서히 굳어지는 것이 순수한 우정인 것인데 필요성의 가치 유무를 가늠하며 우정이라 명명한다한들 그 우정은 사상누각이 될 뿐, 외로움을 덮으려는 임기응변식 우정은 외로움만 부추길 뿐이다. 하루를 다한  황혼녘으로 접어들었으매 자연을 닮아가는 순밀한 자리를 지켜낸다면 황홀한 황혼이라 칭송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은 땅을 눈감고 아웅하듯 부드러운 흙으로 덮는 얄팍한 인생 변작일랑은 아예 곁에 두지도 말 것이다. 굳은 땅에 부드러운 흙을 덮는다한들 옥토가 될 순 없지 않은가. 굳은 땅을 갈아 엎고 흙덩이를 부수고 이랑을 만들듯 굳은 마음들을, 부정적인 생각들을 갈아엎어 이른 봄의 씨뿌림을 위해 흙의 속살을 다 드러내 놓을 수 있는 당당하고 순전한 노년이 되어진다면 더 이상의 금상첨화는 없을듯 하다. 

어디까지나 창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일뿐인데 굳이 존재성의 연대감으로 전락했다는 단어는 외면하고 싶다. 세상과 사귀고 싶다고 부르짖는다한들 자신감을 끌어올려줄까. 늙음과 사귀어 줄까. 세상이 늙은이들을 마치 사생아 취급하듯 끌어내리는 것 같아 서먹하기 이를데 없음이요 두꺼운 낯이 아니면 귀밑 뿌리까지 허옇게 드러날 것 같은 조바심을 어이할까 싶다. 자조적인 고백이 더 이상 기민성을 불러내진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찬물에 기름처럼 떠돌다 토방냄새 질퍽한 안온한 쉼터를 찾아 부르시는 그 날까지 맑은 영을 잃어버림 없이 간직하기를 소원드린다. 자자손손의 믿음을 위한 기도를 읊조리는 일에 노구가 기울어질 것이라서 촉촉한 눈시울이 밤 하늘에 별처럼 걸려있을 것 같다. 시편 한줄 읽지 않고도 배가 부르다는 늙음의 오만은 사뭇 묵상의 은혜로 받을 수 있는 맑은 사색과는 사별을 하고 말것이다. 말씀으로 가득 채워지지 않은 빈 가슴들의 뜨락에는 바람만 일 뿐인 것을. 질척한 세상을 누볐던 신발의 흙도 마르고 목청의 고저와 음폭도 줄어들면서 생의 사계절이 또렷이 떠오른다. 봄 밤의 꽃 늪에서 젊음을 태웠던 시간이며, 한여름날의 뜨거움 속에서 그늘을 찾았던 시간을 지나, 가을 낙엽길을 한굽이 돌아, 깊은 겨울 정적 속으로 찾아들었다. 자식들의 디딤돌로 때로는 사공으로 길을 터주고 손잡아주며 보냈던 시절들도 시차없이 떠오른다. 낙엽에 불 지피듯 잠재워져 있는 향수의 고혹한 길목을 터놓고 자주 들락거릴 참이다. 나이듦은 가설이 아닌 현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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