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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친구의 9순 잔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3-10 17:14:34

지천( 支泉) 권명오,삶과 생각,친구의 9순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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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 오혜영 씨의 구순 잔치가 많은 지인들의 축하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졌다.

축하와 함께 지난날들을 돌이켜 본다. 나는 그와 동갑이니 90년을 함께 산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동안 우리는 볼 것 못 볼 것, 좋은 것 나쁜 것 등 수많은 명암의 터널과 아리랑 고개를 넘고 헤쳐가며 잘도 살아왔다. 처음 그를 만나게 된 것은 남산 KBS-TV 방송국이다.

그 당시 오혜영 씨는 KBS 라디오 성우로 각광을 받으며 활동 중이었고, 나는 새로 개국한 KBS-TV 드라마에 출연 중인 탤런트였다. 그와 함께 미국 인기 영화나 연속극을 한국말로 더빙을 하게 돼 우의가 돈독해졌고, 또 우리는 동갑내기라 같이 유흥가를 누볐던 사이다. 그런데 내가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왜 이민을 가려고 하느냐기에 이런저런 사연들을 펼쳤는데, 그도 이민 문제로 고민이 많다며 처남과 처제가 뉴욕에 살고 있어 계속 미국으로 와 같이 살자며 부인을 설득하고 있는데 자신은 이민 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열악한 방송 시장과 아이들 교육 문제로 생각이 복잡하다고 했다. 나는 적극 이민을 권했다. 아마도 낯선 미국 땅에 친구가 같이할 수 있는 꿈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미국에 일가친척이나 도와줄 사람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 후 미국 볼티모어 가구 공장에서 2개월간 일을 하다가 더블린 조지아에서 가발 가게를 시작했을 때 전화가 와 받으니 "나 오혜영이다"라고 했다. 어제 뉴욕에 도착했는데 낯설고 삭막하고 말도 안 통해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왜 이민을 왔는지 후회막심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왜 우리가 편하고 좋은 직장을 버리고 여기서 생고생을 하느냐,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왜 여기서 살아야 하느냐면서 자기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일단 여독을 푼 다음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그가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해 그가 오기 전날 밤잠을 설치고 일찍이 비행장으로 달려가 그를 만나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과거와 미래에 대한 꽃을 피웠다. 그리고 3일간 조지아 일대를 돌아본 후 헤어졌다. 1개월 후에 그가 야채 과일상을 시작했다고 해 축하를 했다. 그때부터 그는 새벽에 도매상을 찾아 싱싱하고 좋은 과일을 사다가 열심히 눈물을 흘려가며 1년 이상을 고생하고 세탁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탁 사업에 새 아이디어를 창출해 가면서 뉴욕 세탁협회 회장과 미주 한인 세탁 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뉴욕 실업인 협회 회장도 역임했다. 그리고 민주평통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뉴욕 한국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뉴욕에서 자주 회포를 풀고 또 미주 평통 위원인 그와 나는 서울에서도 자주 만났다. 그런데 어느덧 9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60년 전 이민 초기 미국이 싫다고 못 살겠다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그가 뉴욕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구순 잔치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너무나 좋고 고맙고 감사하다. 친구의 행복과 기쁨은 나의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동안 우연히 만나 정이 든 인연들 또한 내 인생의 일부다. 그들의 기쁨과 행복 역시 내 것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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