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가 건물 청사진이라면 핵소체는 건설책임자
단백질과 기억 만드는 등 세포의 기능유지 담당
크기 커지면 생명 단축… 노화연구 획기적 발견
장수는 유전인가, 환경인가?
그보다는 세포내 핵소체의
크기가 중요한 원인이며,
이를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구내용이 나와 관심을 끈다.
한 실험에서 돌연변이 벌레가
46일 동안 살았다. 이것은 정상적인 벌레의 최장 22일보다 2배 이상
긴 수명이었다. 연구원들은
이 벌레의 수명을
연장시킨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했고,
이로 인해 노화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
이것은 신진대사 작용에 의해 조절되는 것처럼 보였고, 훗날 연구에 의해 핵소체(nucleolus)로 밝혀졌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면 핵이 보이고, 그 안의 어둡고 밀집된 작은 부분이 핵소체다. 만일 세포를 안구라 한다면 동공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사람은 세포마다 모두 핵을 하나씩 갖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동물, 식물, 심지어 효모도 핵이 있는 세포를 갖고 있다. 핵이 있으면 핵소체도 있다.
독일 맥스 플랭크 노화 생물학 연구소의 세포 생물학자인 아담 안테비는 “핵소체가 동물의 수명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생물시간에 다 배웠던 것인데, 핵소체는 세포의 리보솜 공장이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들고, 세포는 이를 사용해 벽을 쌓고, 머리카락을 형성하고, 기억을 만들고, 의사소통을 하고, 시작 멈춤 늦춤 등의 반응으로 세포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포의 에너지 약 80%가 여기에 사용된다.
그러나 핵소체는 리보솜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세포 만드는 것을 건물 짓는 일에 비유한다면 DNA는 청사진이고, 핵소체는 건설 책임자나 엔지니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핵소체는 공급 체인을 알고, 건축의 모든 업무를 조정하고, 품질 관리를 하고, 일이 계속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일을 한다고 안테비 박사는 말했다.
업무의 균형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가 세포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떤 세포들은 여기서 크기가 중요하다.
핵소체는 인체의 이용 가능한 영양분과 성장 신호들에 반응하여 커지거나 줄어들기도 한다. 더 많은 성장 신호를 가로챌수록 더 많은 리보솜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크기는 커지지만 불가사의하게도 이 때문에 세포나 유기체의 생명이 단축되기도 한다.
반면 음식이 제한되거나 신진대사 경로가 조용하거나 느려질 때 핵소체들은 수축하며 리보솜을 적게 만들고 세포들은 더 오래 산다.
안테비 박사는 “핵소체가 작아지면 이용 가능한 공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시작한다”면서 “수명은 핵소체가 성장의 필요와 개조의 필요 사이에서 얼마나 잘 균형을 이루는가, 실수를 보정하고 일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일을 얼마나 잘 조정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약간의 식사 제한과 운동이 일부 60세 이상 사람들의 근육 세포에서 핵소체를 감소시켰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이나 조로증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확장된 핵소체를 갖고 있는 경향이 있다.
닥터 안테비는 이런 효과는 다른 많은 종들에서도 볼 수 있다면서 “유전적으로 동일해도 어떤 것은 수명이 짧고 어떤 것은 장수한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작은 핵소체가 장수의 세포적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학계는 장수나 노화의 생체 지표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자원을 써왔는데 어쩌면 현미경 바로 밑,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자 현미경으로 전송된 인간 세포의 핵. 보라색 부분이 핵소체로서 핵의 뇌 기능을 담당한다. <사진 Jose Calvo/Science Sou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