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줄이는 미용수술 아닌
식이습관·운동으로 안 되는
합병증 환자의 대사질환 치료
20대 이상 환자가 140만명
사회·경제적 비용 급증
내년부터 수술에 건보 적용
40대 초반 A씨는 키 180㎝에 몸무게(체질량지수 BMI=43)가 145㎏인 고도비만 환자였다. 고혈압에다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까지 있었고 하루 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A씨는 아버지쪽 가족 대부분이 일찍 돌아가셔서 자신도 장수하지 못할 것 같다는 강박증까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고도비만수술을 받은 뒤 몸무게가 100㎏ 미만으로 줄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도 좋아지고 있다. 건강 장수에 자신감이 생겼고 잠도 푹 자게 되면서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됐다.
고도비만수술(비만대사수술)은 심하게 살찐 사람의 건강은 물론 인생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 치료법이다. 박도중 분당서울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외과) 교수에게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들어봤다.
▲비만대사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비만이라고 모두 비만대사수술 대상자는 아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도 몸무게가 적은 사람보다 더 마른 경우가 흔하다. 근육과 뼈는 지방보다 무거워 몸무게만으로 비만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BMI가 35~37보다 크거나, 30~32보다 크면서 당뇨병이나 질환을 두 가지 이상 앓는 19~64세 환자가 수술 대상이다.”
▲수술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많은데.
“비만대사수술을 몸무게를 줄이는 미용수술로 많이 오해한다. 이 수술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고도비만으로 인한 대사질환 치료가 목적이다. 미국 데이터를 보면 위밴드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등으로 대표되는 고도비만수술을 충수돌기수술(맹장수술)처럼 합병증이 거의 없는 안전한 수술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몸무게가 계속 줄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 합병증까지 호전시킨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수술 12개월 뒤 몸무게는 평균 25.4㎏, BMI는 10㎏/㎡줄었다. 제2형 당뇨병 있던 환자의 85%에서 당뇨병도 개선됐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까지 있었던 환자는 각각 71%, 100%가 좋아졌다.
따라서 식이습관개선, 운동, 약물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 고도비만이 해결되지 않으면 겁내지 말고 이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게 좋다. 고도비만을 방치했을 때 나타날 건강상 위험이, 수술 위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병적 고도비만수술에 보험보장성을 높인다는데.
“비만은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의 병으로 인식돼 이 수술에 보험 적용을 많이 반대했다. 하지만 식생활 서구화로 20대 이상 고도비만 환자가 140만명이나 된다. 고도비만은 그 자체만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동반되는 심장병, 뇌졸중, 제2형 당뇨병 등이 더 문제될 수 있다.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도비만수술의 보험 적용과 보장성 강화는 더 빨리 도입됐어야 할 사안이었다. 내년부터 고도비만으로 생활 취업 결혼에 위협을 받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누리길 기대한다.”
▲비만대사수술센터를 설립한 이유는.
“2012년 국민건강영양 조사결과, 19세 이상에서 3명 중 1명꼴로 BMI 25kg/㎡ 이상의 비만 환자다. 이처럼 비만 인구가 계속 늘면서 사회적 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은 직ㆍ간접적으로 1조8,000억원이다. 국가 건강관리 지출의 3.7%나 되는 엄청난 비용이다. 때문에 우리 비만대사수술센터는 2008년부터 정기적으로 다학제 회의를 통해 고도비만환자를 진료하다 2015년 1월 비만대사수술센터를 공식 설립했다. 고도비만을 질병으로 인식시키고 고도비만수술이 미용이 아닌 질병 치료가 목적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외과 가정의학과 내분비내과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진료를 맡고 있다. 수술 전후 필요한 문제는 소화기내과(위식도 역류증, 지방간, 위풍선 삽입술) 이비인후과(수면무호흡증) 성형외과(지방흡입, 비만대사수술 후 성형) 정신건강의학과(우울증, 폭식증) 재활의학과(운동처방, 관절통) 영양실(영양관리)과 협진하면서 다양한 비만 환자의 문제를 다학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센터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우리 병원은 국내에서 ‘단일 절개 복강경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다. 이를 비만대사수술에도 접목해 ‘단일절개 및 축소 포트 복강경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복강경 비만대사수술보다 통증이 적고 상처가 보이지 않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 아울러 수술로 비교적 쉽게 체중을 줄인 만큼 감소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식이요법과 운동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관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다학제 진료로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즉, 수술 후 운동치료는 물론, 영양사 면담을 통해 식단 조절은 잘 되는지, 부족한 영양소는 없는지 확인하면서 도와주고 있다.”
▲고도비만대사수술이 나아갈 방향은.
“고도비만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의학ㆍ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비만한 모습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동반질환의 심각성도 상당하다. 그렇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건강은 물론 삶의 질도 빨리 높아질 것이다. 비만대사수술은 이름에도 있듯이 대사증후군 치료에도 수술이 가능하다. 고도비만에 동반되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모두에서 상당히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먹는 약 만으로도 조절이 어렵지 않지만 당뇨병은 인슐린 주사 같은 침습적 치료가 필요하고 당뇨족, 당뇨성 망막병증과 같이 무서운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세계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비만대사수술을 점점 많이 시행하고 있으며, 결과도 고무적이다. 인슐린 주사를 맞던 사람이 먹는 약으로 바꾸고, 먹는 약을 먹던 사람이 약을 끊는 사례가 많다. 이렇듯 비만대사수술은 고도비만과 당뇨병 치료 모두에 도움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박도중 분당서울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교수가 위밴드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등 고도비만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도중(오른쪽에서 두 번째) 분당서울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교수가 ‘단일 절개 및 축소포트 복강경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