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시장 한인업소 전소, 30일 새벽 불길 치솟아
한인 업체들이 밀집한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의 상업용 건물에서 30일 노숙자들의 방화로 추정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 80대 한인 노부부가 운영하는 이불 업체를 포함 3곳의 업소가 전소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들 노부부는 40여년 간 하루도 쉼 없이 주 7일 일하며 일궈온 생업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불길에 잿더미가 되는 상황을 접하고 망연자실해 말을 잇지 못했다.
또 화재가 난 건물과 벽을 맞대고 있는 옆 건물의 한인 업소 2곳에도 화재로 인한 연기와 가스가 가득차는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주변 건물 출입이 금지되고 블락이 차단돼 인근 업체들 모두 영업이 중지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LA시 소방국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새벽 5시50분께 1100 블락 사우스 로스앤젤레스 스트릿 2층 건물에서 시작됐다. 소방국은 약 120명의 소방관을 투입해 화재가 난 건물의 불길을 진압하고 다른 건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필사의 진화작업을 펼쳤다.
불길은 건물의 지붕을 뚫고 치솟았고 화재로 인한 연기는 LA 시내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LA 경찰국(LAPD)의 아담 벤 거펜 캡틴은 “불길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높이가 30~40피트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소방관들은 건물 진입이 어려워 건물 밖에서 진화작업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LA 소방국은 짧은 성명을 통해 “거센 불길을 잡았으며 건물의 외벽이 기울기 시작해 부분적으로 붕괴의 조짐이 있다”고 밝혔다. 11시께 소방관들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었지만 의류와 직물들이 건물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어 화재가 완벽히 진압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전소된 3개의 업소 중 80대 한인이 운영하는 이불 업체는 건물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80대 노부부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불에 타고 있는 매장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이날 화재 후 출입통제선 밖에서 불에 탄 건물을 바라보던 87세 한인 업주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스런 질문과 위로에 대답도 못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큰 듯 보였다. 업주의 아내는 실신지경에 이르러 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도매와 소매를 병행하는 이 업소를 40년 가까이 쉬는 날도 없이 주 7일 운영해왔으며, 곧 은퇴를 앞두고 업소와 관련된 보험을 전혀 들어놓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불이 난 상가의 옆 건물에서 의류도매업을 하고 있는 김성준씨는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다. 피해상황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 보려 했는데 매장 안에 연기가 가득 차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요즘 다운타운에 이런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다. 이번 화재도 홈리스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세한 발화원인은 당국에서 수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건물 뒷골목에 있는 쓰레기통이 불에 타 있었고 CCTV에 다 찍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옆 건물에서 남성 액세서리 도매업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 최모씨도 “요즘 들어 노숙자들이 더 많아지면서 근방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많이 나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이렇게 큰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