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작가 스테프 차(한국명 차영애)씨가 제40회 LA타임스 도서상에서 미스터리·스릴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그녀의 네 번째 소설 ‘너의 집안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Your House Will Pay·사진)로, 1992년 LA 폭동의 도화선이 된 두순자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소설이다.
이 소설은 LA의 폭력적인 역사 속 어두운 순간을 드러내 과감하게 파헤치고 도시 전체를 관통한 사건의 순간 하나로 묶인 두 가정의 초상화를 감동적으로 그렸다는 에드가상 수상작가 에티카 로크의 평을 받았다.
LA 출신의 차씨는 하버드 웨스트레익 고교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지만 변호사가 아닌 작가의 길을 택한 그녀는 추리소설 주피터 송 3부작 작가로 인기를 얻었고 LA타임스와 USA투데이 평론가, HBO 맥스 범죄 시리즈 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LA타임스 도서상 수상을 축하한다
▲너무나 기쁘다. 작가의 길을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더욱 기쁜 일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상식을 온라인으로 열게 되어 수상소감을 녹화하자마자 예정일보다 앞당겨 아들이 태어났다. 한달 넘게 해온 재택 대피의 새로운 동반자가 되고 싶었나보다.
-수상작 ‘Your House Will Pay’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LA는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전부로 내가 사랑하는 도시다. 어머니, 할머니와 늘상 한인타운 마켓에 다녔고 한인식당을 찾았다. 그런 LA에서 1992년 폭동이 일어났다. 여섯 살 때여서 기억에는 없지만 한인이기 때문에 그 시기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아무도 그 사건에 대해 쓰는 사람이 없어 필연적으로 쓰게 됐다. ‘지금 이 시대에 두순자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책 내용을 소개하면
▲LA 폭동의 계기가 된 두순자, 라타샤 할린스 사건이 모티브다. 1991년과 2019년이란 시차를 넘나들면서 긴밀하게 연결된 한인 가정과 흑인 가정의 갈등,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와 세대를 넘어서는 폭력을 다룬 범죄소설이다. 이민자의 딸로 가족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한인여성 그레이스 박, 1991년 여동생 에바가 살해당한 후 상처입은 가정에서 자란 40대 흑인남성 션 매튜가 주인공들이다.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되돌리지 못하는 범죄상황에 부딪혔을 때 대처하는 방식과 의지, 그리고 폭력이 가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주니퍼 송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 3부작이 유명하다.
▲로스쿨을 나왔지만 변호사에 뜻이 없어서 부모집에서 살며 소설을 썼다. 2013년 여탐정 주니퍼 송이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첫 장편소설 ‘팔로우 허 홈’(Follow Her Home)을 출판했다. 내가 제일 잘 아는 LA를 무대로 소수인종과 한인타운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 덕분에 ‘비웨어 비웨어’(Beware Beware), ‘데드 순 이너프’(Dead Soon Enough)로 이어졌다. 추리소설과 다르게 이 소설은 집필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아픈 역사도 그렇고 두 사람의 다른 시각도 많은 연구조사가 필요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