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추억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한인 감독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픽사에서 근무하는 LA 출신의 한인 2세 에드윈 장(36·사진)씨다.
상영시간 8여분의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는 에드윈 장씨가 홀로 자식 넷을 키우며 미국 이민까지 보낸 할머니의 희생을 기념하고 ‘이민’과 ‘이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제작됐다.
지하 동굴 깊숙한 곳을 배경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할머니와 그의 어린 손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수백피트 상공의 작은 구멍만이 어두운 동굴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외부 세계다. 탈출을 위해 낙하하는 파편을 수집해 로켓선을 만든 이들은 조종실에 단 1명만이 탈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할머니는 손자를 먼저 보내며 외부로 탈출한 후 자신을 꺼내줄 것을 제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손자는 약속대로 긴 줄을 통해 할머니를 들어올리지만 그가 꺼내 올린 것은 할머니가 아닌 손자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락인 것을 확인한다.
브라운대에서 컴퓨터와 예술기호학을 전공한 에드윈 장 감독은 “(자신의 할머니가)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아 자식 넷을 홀로 키웠다”며 “미래를 위해 아버지를 미국에 보낸 후 힘겹게 지내던 할머니의 희생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할머니도 미국으로 건너와 수년간 함께 살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반이민 정책 등 현 정세 역시 영화의 줄거리와 상응한다”며 “자식의 미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이주를 택한 수많은 이민자들의 삶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초 시뮬레이션 디렉터로 픽사에서 15년간 일해온 에드윈 장씨에게 애니메이션 제작 기회는 꿈같은 일이었다. 그는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창작자를 발굴하는 ‘스파크쇼츠’(SpartShorts) 프로그램을 접하고 오랜 꿈을 펼치기 위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씨는 시뮬레이션 기술 디렉터로 다시 돌아가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소울’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애니메이션 ‘윈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