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별세한 ‘코미디계의 대부’ 자니 윤(한국명 윤종승)씨는 미국 연예계에서 주목 받으며 성공한 한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며 토크쇼 MC로 유명세를 떨쳤다.
1936년 충청북도에서 태어난 그는 1959년 도미, 해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미국에 머무르며 오하이오 웨슬리안 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했고 이후 가수, 연기자, 코미디언으로 타고난 끼를 발휘했다. 1964년 뉴욕의 텔 아비브라는 카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며 ‘미국을 웃긴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다. 자극적인 소재를 쓰지 않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동양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비하, 성적 풍자, 정치 풍자 등으로 미국인들을 웃게 만들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인기 토크쇼 ‘자니 카슨의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다.
1977년 샌타모니카 코미디 클럽에서 ‘투나잇 쇼’의 MC 자니 카슨에게 발탁된 자니 윤은 아시안 최초로 ‘투나잇 쇼’에 출연하게 된다. 짧은 스탠드업 코미디만 선보일 계획이었는데 운 좋게 찰턴 헤스턴의 대타로 시간을 끌다가 20분 가까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태리 가곡 ‘오 솔레미오’까지 부르며 자니 카슨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자니 카슨의 요청으로 34회 단골 게스트로 출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NBC 방송과 전속계약을 하며 ‘자니 윤 스페셜 쇼’를 진행했고 TV 시리즈 ‘M*A*S*H’와 ‘러브보트’ 등에 출연하며 미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미국의 코미디계와 토크 쇼를 장악하며 자니 윤만의 아성을 구축한 그는 1982년 자신이 직접 각본, 제작, 주연을 맡은 영화 ‘그들은 나를 브루스라고 부른다’(They Call Me Bruce)가 흥행에 성공,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1989년 한국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방송 사상 처음으로 KBS2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 쇼 ‘자니 윤 쇼’를 진행하며 한국 토크쇼의 원조가 되었다. 당시 가수 조영남이 보조진행자로 배철수와 송골매가 음악밴드로 출연해 대히트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폐지되고 SBS에서 ‘자니윤, 이야기쇼’로 1992년 12월까지 이어졌다.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노후를 보내던 그는 1999년 자신보다 18살 어린 하이이불 대표 줄리아 리씨와 결혼했고, 2009년 이혼했다. 2002년 iTV 토크쇼 ‘자니윤의 What’s Up’과 KBS ‘코미디 클럽’으로 한국 방송에 복귀했고 2009년 SBS골프채널 ‘자니윤의 싱글로’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니 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국 후원회장을 맡은 인연으로 박 대통령의 재임시절인 2014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활동했다. 임기를 한 달 가량 남겨두고 뇌출혈을 일으켜 한국관광공사 감사직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으며 뇌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치매 상태로 LA의 헌팅턴 요양원에서 쓸쓸한 노년 생활을 보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