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글로벌 에듀케이션 아카데미
추석 맞아 전교생에 '깜짝' 선물
“지난 월요일은 한국의 무슨 날이었을까요?” “추석!”
교장선생님이 묻자, 24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들 중 95%는 라티노 학생들이었다.
지난 26일 메모리얼 콜러시엄 남쪽 사우스 LA 지역에 위치한 초등학교인 글로벌 에듀케이션 아카데미에서는 한국의 추석 명절을 맞아 ‘글로벌 어린이 재단’의 후원으로 재학생들에게 학용품 및 간식이 제공되는 깜짝 행사가 열렸다. 학교 입학과 동시에 한국어 수업을 꾸준히 받아온 학생들은 ‘추석’이라고 외치며, 선물을 나눠주는 한인단체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합니다’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전교생의 대다수가 히스패닉 학생으로 이뤄진 이 학교를 이끄는 교장은 다름 아닌 한인 린다 이(한국명 이경희)씨로 7년간 학교에서 교사로 일해 오다 지난 2월 교장직을 맡게 됐다.
린다 이 교장은 “어려서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특히 라티노 커뮤니티에 관심이 갔다”며 “라티노 커뮤니티는 가족 문화, 가치관 등이 한국인과 매우 닮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 대부분이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인데, 좋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더 큰 세상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끔 돕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이 학교는 아침·점심식사, 간식, 애프터스쿨 등 학교에서 제공되는 모든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특히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특화돼 있어, 학생들의 영어수준에 따라 스페인어와 한국어 중 한 가지를 매일 한 시간씩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때문에 학교에 근무하는 12명의 교사 중 절반이 한국인이다.
지난 5년간 학교에서 근무한 박은진 교사는 “최근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한국어 수업에 더 열정적으로 임한다”며 웃었다. 린다 이 교장은 “학교에서 배운 한국어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고, 한국을 향한 호기심이 커져 한국 교육원에 가서 추가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며 “향후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에 ‘국악’을 넣어 학생들이 더 다양한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글로벌 어린이 재단의 조앤 강 홍보부장은 “주변에서 이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국문화도 알릴겸 추석맞이 특별 행사를 준비했다”며 “글로벌 어린이 재단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이같은 행사를 꾸준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인희 기자>
26일 사우스 LA 지역 글로벌 에듀케이션 아카데미 차터스쿨에서 한인 린다 이(맨 왼쪽) 교장과 글로벌 어린이재단 관계자들이 학생들에게 학용품 등을 나눠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