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업계를 떠나 낭비되는 음식으로 배고픈 이웃을 도우려고 과감히 직장을 그만둔 20대 한인 청년이 화제다.
퀸즈 토박이로 2013년 노숙자 쉼터와 무료 배식소에 식료품과 음식을 배달하는 비영리단체 ‘레스큐잉 레프트오버 쿠진(RLC, Rescuing Leftover Cuisine)’을 설립한 로버트 이(26․사진)씨는 촉망받는 월가 금융인이란 타이틀을 버리고 직접 발로 뛰며 4년째 식당에서 노숙자 쉼터로 음식을 나르고 있다.
한인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이씨는 “이민 초창기 부모님의 벌이가 좋지 않다 보니 어릴 때 가끔 굶기도 하고 풍족하게 먹지 못했었다”며 “그 때의 기억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된 후에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져왔다”고 말했다.
뉴욕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시절 이씨는 학교 식당에서 남긴 음식을 인근 지역 노숙자 쉼터에 배달하는 교내 클럽인 ‘일석이조’란 의미의 ‘투 버즈, 원 스톤’에서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회장까지 역임하는 활발한 활동을 하며 ‘RLC’ 설립 구상을 시작했다.
대학 3~4학년 시절 헤지펀드 회사에서 쌓은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JP모건에서 애셋 매니지먼트 담당자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대학 시절 자신과 뜻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RLC 초석을 다졌다.
2013년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하고 RLC를 설립한 이씨는 직접 식당을 다니며 취지를 설명했고 첫해 10여개도 채 안됐던 협력업체는 2017년 기준 뉴욕시에만 150여곳으로 깜짝 놀랄 성장을 이뤘다.
매년 두 배 이상의 협력업체가 증가하면서 2017년에는 1,500여명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등 17개 도시에서도 RLC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식당들마다 미리 만들어둔 음식이나 식재료를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양이 상당하다”며 “RLC와 파트너십을 맺은 지역 식당에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음식을 픽업해 지역 쉼터나 배식소에 배달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RLC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면서 더 이상 이웃들이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