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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사료, 100년만에 조국 품에”

미주한인 | | 2025-10-08 09:19:25

미주 한인 홍영자씨, 상해정부 최초 역사서, 한일관계사료집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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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홍영자씨 상해정부 최초 역사서 ‘한일관계사료집’ 기증

 홍영자씨가 남편 고 이순원 교수의 생전에 함께한 모습. [연합]
 홍영자씨가 남편 고 이순원 교수의 생전에 함께한 모습. [연합]

 

 

“남편이 생전에 받은 소중한 선물을 이제야 제자리를 찾게 해드린 것 같아 기뻐요.”

 

83세 미주 한인 홍영자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고 있는 광복 80주년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 전시장을 찾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뮬런버그대에서 동아시아·소비에트 정치학 및 역사 담당 교수로 활동하다 2023년 별세한 고 이순원 교수의 부인이다. 남편이 소장하던 임시정부 발간 최초이자 유일한 역사서 ‘한일관계사료집’을 지난해 5월 한국의 국외소재 문화유산재단에 기증했다. 국외소재 문화유산재단의 국가유산 기증자 초청 행사를 통해 방한해 1년 4개월 만에 전시장을 찾은 것이다.

 

홍씨는 딸 이혜정(56)씨, 기증에 도움을 준 조무제(58) 목사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우리 땅에서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는 남편의 바람을 실천하게 돼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총 4권으로 된 사료집은 1920년대 임시정부가 편찬한 역사서다. 당시 100질이 인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완질로 전하는 것은 독립기념관과 컬럼비아대학 도서관 소장본 등 극히 일부다. 책은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침략사를 연대기적으로 정리했다. 춘원 이광수가 임시정부 사료편찬위원회 주임으로 참여해 서문을 남긴 것도 특징이다.

 

책은 이 교수가 1970년대 초 중국에서 선물로 받은 것이다. 홍씨는 “남편이 학생들과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남대문 성도교회 소속 지인의 부탁으로 성경책 10여 권을 연변 지역 동포들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국 상황을 고려하면 성경을 들고 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 시민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남편이 성경을 전달하자 사람들이 기뻐하며 이 책을 선물로 줬다”고 전했다. 이후 부부는 책을 고이 간직하며 언젠가 조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뜻을 품어왔다.

 

홍씨는 언론인 출신 조 목사를 통해 사료집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조건 없이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남편이 살아 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과 같다. 6·25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피란하던 때 이름 모를 사람들이 떡과 음식을 나누어 주던 따뜻한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때는 자기 먹을 것도 없었을 텐데 아이들이 많다고 떡을 나눠주셨어요. 지금도 그 따뜻함을 기억합니다. 아버지가 깡통으로 밥을 지어주셨는데, 소금만 있어도 밥이 꿀맛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음식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요.”

 

홍씨는 이화여대 불문과를 다니다 YMCA 초청으로 1963년 미국에 건너가 15일 만에 남편과 결혼해 펜실베니아주 리하이밸리 알렌타운에 정착했다. 연희전문학교를 나온 부친이 유명한 의류회사를 운영해 부유했으나 딸이라는 이유로 경제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미국인 가정집에서 설거지와 청소 등의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았으나, 이후 기프트카드샵을 운영하며 기반을 닦아 3층짜리 건물을 매입할 정도로 사업 감각을 발휘해 부를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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