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단속에 생계 포기한 한인타운 노점상들 돕기
3만불 모금해 물품 구입 어려운 이웃에 무료 배포
젊은 한인 여성이 이민 단속 공포 속에 생계가 위협받는 LA 한인타운 내 거리 노점상들을 돕고 나서 커뮤니티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NBC 방송이 보도했다. NBC 방송은 지난 21일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대부분인 한인타운 노점상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헤스터 진 이씨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들어 연방 당국의 이민단속이 강화되면서 LA 전역의 거리 노점상들 사이에는 생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LA 한인타운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이씨는 체포와 추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장사를 이어가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을 겪고 있는 노점상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인 기부금은 3만 달러가 넘는다.
이씨는 이 돈으로 LA 곳곳을 돌며 노점상들의 꽃, 과일, 생필품 등을 한 번에 수천 달러어치씩 사들였다. 이렇게 구매한 물건은 다시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노점상들에게는 매출을, 시민들에게는 따뜻한 나눔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살고, 함께 숨 쉬고, 함께 일하는 이웃”이라며 “이웃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씨의 모금 캠페인에는 특별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더 큰 호응이 이어졌다. 두 다리를 잃은 노점상 솔로몬의 사례가 그것이다. 솔로몬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신선한 아보카도를 구입해 1달러에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내 역시 노점상으로 일하지만 최근 심화된 이민단속 공포 속에서 생활고와 불안이 겹쳤다. 이씨는 “솔로몬 부부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자존심 강한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헤스터 이씨가 솔로몬 부부를 돕기 위해 개설한 고펀드미 캠페인 페이지에는 24일 현재 378명이 동참해 1만달러 모금 목표를 훌쩍 넘어섰다. 이씨는 “내 바텐더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공동체의 마음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 또한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어, 노점상들이 겪는 불안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가족과 영원히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라고 반문한 이씨는 단순한 동정이 아닌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는 9월7일(일)에는 LA 한인타운 웨스턴가의 햄버거 매장인 ‘러브아워’(532 S.Western Ave.)에서 ‘헤스터 벤더 케어’ 이벤트가 열린다. 이씨와 후원자들은 이날 노점상들을 직접 지원하고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NBC는 “헤스터의 용기 있는 행동이 수십 가정의 이민자 노점상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며 “그녀의 선행은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를 지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전했다.
이씨는 앞으로 활동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용기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 선택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관심을 갖는 것’이고, 누구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