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견 경비행기 수송 중
뉴욕주 산악지역에 추락
“수백마리 생명 구조 도움”
“헌신적 봉사” 애도 물결
유기견 구조 및 수송 활동에 헌신하던 40대 한인 파일럿이 구조된 애완견들을 수송하기 위해 나섰다가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지역 동물보호 단체들과 커뮤니티는 큰 슬픔에 잠겨, 고인의 헌신과 열정을 기억하며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뉴욕주 그린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6시10분께 한인 김세욱(49)씨가 몰던 M20J 경비행기가 뉴욕주 올바니에서 약 35마일 떨어진 캐츠킬 산악 지역 내 윈덤 타운에서 추락했다. 김씨가 조종하던 비행기는 버지니아에서 출발해 올바니로 향하던 중이었고, 그는 구조된 3마리 개를 비행기에 태워 올바니 인근에 위치한 쇼하리밸리 동물 보호소로 데려가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그린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김씨와 그가 데려오던 개 3마리 중 하나인 ‘리사’가 비행기 추락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하지만 생후 4개월된 래브라도 강아지 ‘위스키’는 두 다리가 부러졌지만 살아남았고, 1살 반 된 요크셔테리어 강아지 ‘플루토’는 경상만 입었다. 생존한 강아지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에 거주하는 김씨는 4년 전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 동물 구조에 헌신한 인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동물 보호와 구조, 입양 등을 위한 비행기 조종사 자원봉사 비영리기관 ‘파일럿 앤 파우스’에 참여해 수백 건의 동물 구조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올해 초 텍사스주에서 컨테이너에 1주일 이상 갇혔다가 구조된 개 ‘코니’를 메릴랜드에 있는 동물 보호소로 데려오는 역할을 맡아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족에 따르면 김씨는 한국 출신 이민자로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김씨의 아내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며 “남편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천사의 날개를 얻었다. 제 평생의 동반자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그가 너무 그리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김씨의 16세 딸도 “아버지는 생애 마지막 몇년을 비행기 조종과 동물 구조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의 사촌은 “고인은 어린시절 하늘을 나는 것을 꿈꿨고 조종사가 되어 현실로 이뤘다”며 “그는 개를 구조해 안전한 집으로 데려가는 비영리 단체와 함께 일하며 헌신했다. 단순한 조종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에 밝은 빛이었다”고 추모했다.
쇼하리밸리 동물 보호소는 “김씨는 수년에 걸쳐 안락사될뻔했던 수백 마리의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애도했다. 버지니아의 동물 구조 단체 ‘SFC’도 “그는 마지막 구조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우리 단체에서 개들을 데려왔다”며 “공항에서 마지막 비행에 나서기 직전 공항에서 본 김씨는 언제나 그렇듯이 낙관적이고 웃고 행복했다. 우리는 놀라운 일원을 잃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김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모 글이 미 전역에서 쏟아지고 있다. 김씨를 추모하는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everloved.com/life-of/seuk-kim/donate)에는 26일 오후 현재 3만8,000달러가 넘는 기부가 이뤄졌다.
한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연방항공청(FAA)은 김씨의 생명을 앗아간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피터 쿠스민스키 그린카운티 셰리프는 “사고가 발생한 24일에 시야가 좋지 않았고, 김씨는 추락 전에 난류로 인한 고도 변경을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추락한 비행기는 도로에서 몇 마일 떨어진 숲에 추락했고, 사고 발생 당일 밤 늦게 1피트 눈으로 덮인 숲 속에서 잔해가 발견됐다.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