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기억력 깜박이가 가동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간다. 약속은 메모를 해두기에 실수를 줄일 수 있지만 대화 중에 인명, 지명은 물론 날짜 개념 쪽으로는 멋쩍고 머쓱하니 열없어지는 일이 잦아진다. 나이 들어서도 예리한 뇌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먼저 뇌에 대하여 이미 알려진 정보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오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노구 아낙에게까지 알림장을 들고 찾아왔다. 뇌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인간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비해 50-60대는 100세 시대를 오히려 불안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장수도 복이라는 개념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정신력에 온전한 몸으로 살아 갈수만 있다면 더 없이 환영할 일이지만 몸이든 정신이든 불균형을 이루는 경우를 우려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정체성을 굳게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상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건강한 몸을 유지해가며, 일구어 놓은 모든 관계와 살아오면서 쌓아온 기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호언할 수 있을 것인가. 50-60를 대상으로 노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뇌를 단련하는 지침서가 출간되었다. Dr Sanjay Gupta박사가 저술한 ‘Keep Sharp’라는 서적으로 한국어 번역본으로 ‘늙지 않는 뇌’’라는 표제로 발간되었다. 뇌 과학 연구 성과로 첨단 과학이 뇌를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밝혀낸 업적의 저술이다. 나이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포기하기 보다 재점검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Dr. Sanjay Gupta는 신경과학 전문의로 특이하게 CNN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하고 의학박사로서 베스트 셀러 ‘건강수명 10년 늘리기’ ‘Monday Morning’은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이자 데뷔소설이다. 신경외과에서 벌어지는 의사들의 실수, 의료계의 비밀스러운 미팅을 소재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계를 넘어 인간으로서 의사로서 실패를 고백하는 의사의 삶을 묵묵히 파헤친다. 실수를 통해 배워 나가는 의사들의 비애와 치열한 의학 세계를 특별한 시각으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인터넷 영화 Database에서 영화, TV 드라마에도 관여하면서 CNN과 CBS에서 의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차례 에미상을 수상했다. 현재 Emory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Grady Memorial 병원에서 신경외과 과장으로 재직중이다. 미국 국립의학 아카데미 회원이며 ‘포브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백악관 특별 연구원으로 재직한 적도 있었다. Sanjay Gupta 박사가 여러 해 동안 치매환자 치료를 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더 질 좋은 삶을 누리며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80세 이상 노인 중에도 20,30대 젊은이들처럼 예리한 기억력을 가진 ‘수퍼 에이지’집단이 존재하고 있으며 대뇌피질이 50대와 비슷할 정도라 한다. 뇌의 능력 보존은 전적으로 유전자 영향만 받는 것도 아니며 생활 방식이 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노년기 치매는 피할 수 없다는 일반화된 관념도 바뀌었다.
치매는 노화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며 뇌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의해 생기는 일련의 증상으로 밝혀졌다. 많은 사람들이 뇌는 개선 할 수 없는 일종의 블랙박스로 믿어 왔지만 사실과 다름도 밝혀졌다. 나이와 상관없는 특정한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더 발달하기도 하고, ‘기억, 암기’가 동일시 되는 착각을 범하지만 기억은 새로운 정보 취합과 해석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 했다. 뇌가 수수께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데 예나 지금이나 절대적인 것은 뇌를 늙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했다.
Sanjay Gupta 박사는 ‘나이가 들면 잘 잊어버린다’는 고정관념을 부분적 진실이라 했다. 나이가 들면 부분적으로 쇠퇴해가지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기억력 향상 전략을 사용한다면 쇠퇴의 가속화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 성장 곧 신경 생성 가능성 발견으로 뇌의 정보 용량도 학습 강점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될 수 있음도 시사했다. 하루 1시간 운동으로 뇌가 총명해질 수 있다 했다. 매일 꾸준하게 잘 움직일 것, 새로운 것을 배울 것, 잘 먹고, 잘 자고, 잘 소통할 것,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새 언어를 배우거나 암기하는 능력은 어릴수록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어휘력은 성인일 때 더 좋을 수 있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도 하는 등의 인지적 자극이 가해지는 활동에 참여할 때 기억력 용적은 나이와 무관하게 발전적 시도에 따라 얼마든지 역동적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신경과학 분야는 새롭고 흥미로운 혁신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뇌세포는 타고나는 것으로 뇌의 배선은 고정적이고, 뇌손상은 영구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뇌는 평생 가소성을 유지할 수 있고 우리의 경험에 반응해 스스로를 재배선할 수 있음도 밝혀졌다. 해마 속에 지속적으로 보충되어 뇌의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신경 줄기세포 저장소가 있다는 신비로운 사실도 함께. 지성과 감성이 미로 같이 존재하고 있는 뇌에 관한 연구가 과감하게 개혁적으로 이어질 전망이 밝다. 미묘하고 난해한, 창조적이고 오묘하게 얽힌 뇌의 궁금증이 풀려날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 더욱 선명한 뇌 청사진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 된다.
가장 큰 위로는 기억력 용적 변화에 관한 궁금증보다 기억을 못하고 잊어버리게 되면 뇌세포가 죽는다는 이론도 근거 없는 사실무근 속설로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억력 용적이 줄어드는 것 같은 불안감이 쾌청한 맑은 하늘처럼 통쾌할 만큼 맑게 개임을 감사드리게 된다. 뇌의 변화 속도는 충분히 늦출 수 있고, 질병으로 인한 뇌의 변화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