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수필] 풀옷으로 몸을 가린 두륜산 일지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22 08:51:54

시와 수필,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풀뿌리와 나무 열매로 주린 배를 달래고 송락과 풀옷으로 그 몸을 달래다

산야에 깃드는 새와 구름을 벗을 삼고

높은 산 깊은 곳에서 남은 세월을 보내리라 (야윤 스님 시, 풀옷)

 

숲 사이 시퍼런 하늘이 마치 깊은 우물처럼 맑다. 일지암을 지었다는 초의 선사는 평생 풀옷을 입고 살았다한다. 두륜산 일지암은 내고향 강진에서 그리 멀지 않는 두륜산 계곡에 초의 선사가 풀옷을 입고 일지암에서 한생을 사셨다.

다산 초당 기암 절벽 석문산 계곡과 두륜산에 진달래가 피면 옷산이 연분홍 치맛폭에 꽃으로 장관이다. 서산대사가 지었다는 해남 대흥사 옆 두륜산 일지암 풀옷을 입은 작은 암자에 풀 뿌리와 나무 열매로 주린 배를 달래는 가난한 서민의 가슴에 일지암은 초의 선사가 자신이 지은 암자로 중국의 걸인 성자 한산의 시… 내항상 생각하노니 저 뱁새도 한 몸 쉬기 한 가지에 있구나… 연유한다. 요즘 화려한 절에 비하면 초의 선사의 풀옷입은 일지암의 청백 가풍이 아닌가싶다. 내 어린 시절 일지암을 지나 해남 대흥사로 소풍을 가는 것이 꿈같은 나들이었다. 어머니가 싸주신 전대에 김밥, 과일을 둘러메고 주적산 계곡을  오르면서 얼마나 감격했던가… 초의 선사는 시, 서, 화, 다에 일가를 이루신 실학 선승 다산 정약용의 제자로 시와 그림에 뛰어난 선승으로 추사 김정희와 다우가 되어 난세를 살면서 다산 초당에 모여 자신들의 삶을 활짝 꽃피우게 한 그 분의 행적이 눈부시다. 추사 김정희와 다우가 되어 눈밝은 그들의 만남은 한국 화단에  꽃을 피우게 하였고 풀옷입은 일지암은 후에 남종화 한국 화단의 산실이 되었다. 세월 속에 누가 살다간 곳이냐는 그 혼의 흔적을 남긴다. 우리 동네에 소치가 살다갔다는 옛 얘기를 나의 아버지가 가끔 하셨다. 가난한 예술가에게 사셨다는 소치의 8쪽 병풍을 어린 내게도 보여주셨다. 내가 그림을 좋아한 것도 내 고향에 남기고 간 옛 선비들이 뿌리고 간 예술의 혼이 살아 있기 때문 아닐까…

옛 선비들의 인간의 욕망을 씻고 순수한 마음의 경계에 이르는 길 풍류의 멋이 오늘 다시 그립다. 가끔은 세상 밖 멀리 떠도는 순수한 마음의 경지 우주 속을 헤매며 어린 왕자처럼 무한한 정신적 희열과 감동으로 살 수 있다면  우주 속 별들의 세계 속을 헤매는 그 희열, 숭고한 정신세계 풀옷입고 산야에 깃드는 새와 흰 구름 벗삼아 바람이 머물다간 깊은 산골에 시퍼런 하늘이나 가득 품고 살다 가고 싶다.

 

아아 세상은 너무 재미 없어 구만리 흰 구름 휘감고 살고 싶어라

가끔은 해지는 저녁노을 너 한잔 나 한잔 술잔을 나누며

정말 좋은 세상을 살고 싶어라

 

온 우주의 별밭을 헤매며

밤톨만한 지구별을 내려다 보며

한바탕 너털 웃음같은  인생길 

한치의 미련둘것 없다

 

천지는 내 가슴 한 우주라

경계도 없고 우주 속에 그 작은 길 모퉁이

술병 말랐다고  그누구의 비웃음 살까봐

 

아서라 ! 이 풍진 세상이란 

하룻밤 한통속 꿈이 아니더냐

(시, 시우, 박경자 )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