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물속에는 물만 있는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하늘만 있는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안에는
나만 있는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물처럼 바람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시,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인 류시화, 항상 내마음 가까이 있어 류시화 시인의 시를 이제야 소개하게 되었다. 그의 시를 읽으며 밤늦게 솔밭을 거닐으며 소낙비같은 매미 소리, 온갖 풀벌레 소리에 내마음 씻어 내고 그의 시를 읽는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서나 거기 있었다. 나는 낯선 거리에 켜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 내 정신은 낯선 길위에서 탱고처럼 익어 갔다. 그것이 내 생의 황금빛 시절이었다.그것은 철학이나 종교적인 신념같은 것이 아니었다. 신발을 신고 나서면 나는 언제나… 그순간에, 그 장소에 존재할 수가 있었다. 지금 여기에… 지금 여기에 가슴 아프도록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바람을 춤추라. 온 존재로 매 순간을 느끼며 생을 춤추라. 학교는 내게 너무 작은 것들을 가르쳤다. 내가 다녀야 학교는 보리수 나무 밑, 낯선 기차역, 사기꾼과 성자와 걸인, 낮선 여행자들이 나의 스승이었다. 길 위에 세상이 곧 인생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얼굴에 묻고 잠이 들었다. 내 삶의 파노라마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길거리 걸인,근엄한 학자 고행승 사두도 있었다. 모두는 길위에 떨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매순간 어디로 갈 것인지 길위에서 길을 잃었고 길을 찾았다.’ ( ‘나는 인도를 갔다, 머리속에 불이 났기에’ 중에서 )
지구별 여행자 속에 그의 여행기는 종이에 적은 글이 아니라 가슴에 새겨진 삶 그 자체였다. 만원버스 지붕에 올라 가 낯선 거리를 무려 마흔 다섯 시간을 달리기도했다. 양철 지붕에 덜렁거리며 성자라 소리친 코브라 아저씨, 그 사람들 사이에 실려 묵묵히 낮선 땅을 헤매일 때, 어느 노인은 “당신은 글 쓰는 사람이야 ?” “당신은 먼저 당신 영혼에 글을 새기시오” “신은 당신 영혼의 글을 맨 먼저 읽고 있소” 코브라 노인은 소리쳤다.
거지의 나라 인도, 그곳에는 길거리 걸인도 스스로 성자라 자칭한다.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두에게 배웠고 “물질의 최소 단위는 다름아닌 사랑이오” 최고의 과학자 철인도 있었다. 거지와 도둑의 나라 인도 여행에서 세상의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을 다 본다 한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신을 볼수 없다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 “잊지 말게 ,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만남을 약속한 자들이란 사실을….”
류시화 시인이 친필 싸인을 해준 ‘지구별 여행자’ 그의 글 속에는 깊은 사색과 문학성 ,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과 울림, 진정한 지구별 여행자의 자유로운 정신이 깃들어 있다. 사기꾼과 성자, 철학이나 종교적 이념을 떠나 진정한 행복들이 길위에 속삭이고 있다. 류시화 시인의 수많은 저서 중 ‘지구별 여행자’는 바람을 춤추게하고, 온 존재로 길 위에 매 순간 가슴 아프도록 흔들리는 세상과 다른 영혼의 학교였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