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쓰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최초로 100세를 넘기는 미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현재 99세인 카터 전 대통령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앓고 있으며 지난해 2월부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현재 자택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환자는 통상적으로 17일 이내에 사망하는 데 비해 카터 전 대통령은 장기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 카터 전 대통령이 오는 10월1일 병상에서 또 한 번 생일을 맞게 된다면 그는 최초로 100세를 넘기는 미국 대통령이 된다. 그의 100회 생일을 앞두고 개설된 웹사이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으며 그의 고향인 조지아 주에서는 자전거 대회와 영화제 등 10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100세를 넘긴 사람들은 ‘센테나리안’(centenarian) 혹은 사람을 의미하는 호모(homo)와 100(hundred)을 합성한 말인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 불린다. ‘호모 헌드레드’는 지난 2009년 UN이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2021년 UN 통계에 따르면 100년 이상을 산 미국인 센테나리안은 8만9,739명이었다. 미국 총인구가 3억3,700만 정도임에 비춰보면 인구 중 100세 이상 비율은 0.027%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22년 이미 9만 명을 넘어 섰는데 일본 인구가 1억2,500만으로 미국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센테나리안의 비율이 두 배 이상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의외로 그 비율이 낮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100세 이상 인구는 6,900여명으로 10만 명당 14명 정도 된다. 비율로는 미국의 절반 정도인 0.014%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양국의 기대여명에 비춰볼 때 잘 이해되지 않는 수치인데, 이는 식민시대와 전쟁 등 굴곡진 한국의 근대사와 무관치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치 상 수명이 아닌 건강수명의 관점에서 봐도 100세 장수는 ‘웰 에이징’(well aging)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미국의 센테나리안들 가운데 15%는 100세 이전에 어떤 질병도 앓지 않아 ‘에스케이퍼’(escaper)라 불리는 노인들이며, 43%는 80이 넘어서야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딜레이어(delayer)들, 그리고 42%는 80세 이전부터 질병이 있던 ‘서바이버’(survivor)들이다.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평균 연령은 93세이다.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니다. 유전적인 축복도 받아야 하고 운동과 섭생, 그리고 마음가짐 등 개개인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 어떤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느냐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생활환경의 개선과 의료기술의 놀라운 발전 등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그 속도는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이 분명하다. 한 연구는 2007년 태어난 일본의 아이는 107세까지 살 확률이 50%이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도 104세까지 살 확률이 50%에 달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여러 추세를 고려해 볼 때 허황된 전망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센테나리안 혹은 ‘호모 헌드레드’를 보는 게 너무 흔한 일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문제는 노년의 긴 삶이 항상 축복이 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생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국가 또한 구성원들의 ‘호모 헌드레드’ 시대 대비를 돕기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평가와는 별개로 카터가 퇴임 후 헌신적인 봉사와 선행을 통해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에 많은 미국인들은 존경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그가 극소수의 인간들에게만 신이 허락하는 축복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더욱 보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