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첫광고

[뉴스칼럼] 0.027%의 ‘축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11 17:56:54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카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쓰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최초로 100세를 넘기는 미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현재 99세인 카터 전 대통령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앓고 있으며 지난해 2월부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현재 자택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환자는 통상적으로 17일 이내에 사망하는 데 비해 카터 전 대통령은 장기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 카터 전 대통령이 오는 10월1일 병상에서 또 한 번 생일을 맞게 된다면 그는 최초로 100세를 넘기는 미국 대통령이 된다. 그의 100회 생일을 앞두고 개설된 웹사이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으며 그의 고향인 조지아 주에서는 자전거 대회와 영화제 등 10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100세를 넘긴 사람들은 ‘센테나리안’(centenarian) 혹은 사람을 의미하는 호모(homo)와 100(hundred)을 합성한 말인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 불린다. ‘호모 헌드레드’는 지난 2009년 UN이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2021년 UN 통계에 따르면 100년 이상을 산 미국인 센테나리안은 8만9,739명이었다. 미국 총인구가 3억3,700만 정도임에 비춰보면 인구 중 100세 이상 비율은 0.027%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22년 이미 9만 명을 넘어 섰는데 일본 인구가 1억2,500만으로 미국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센테나리안의 비율이 두 배 이상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의외로 그 비율이 낮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100세 이상 인구는 6,900여명으로 10만 명당 14명 정도 된다. 비율로는 미국의 절반 정도인 0.014%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양국의 기대여명에 비춰볼 때 잘 이해되지 않는 수치인데, 이는 식민시대와 전쟁 등 굴곡진 한국의 근대사와 무관치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치 상 수명이 아닌 건강수명의 관점에서 봐도 100세 장수는 ‘웰 에이징’(well aging)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미국의 센테나리안들 가운데 15%는 100세 이전에 어떤 질병도 앓지 않아 ‘에스케이퍼’(escaper)라 불리는 노인들이며, 43%는 80이 넘어서야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딜레이어(delayer)들, 그리고 42%는 80세 이전부터 질병이 있던 ‘서바이버’(survivor)들이다.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평균 연령은 93세이다.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니다. 유전적인 축복도 받아야 하고 운동과 섭생, 그리고 마음가짐 등 개개인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 어떤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느냐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생활환경의 개선과 의료기술의 놀라운 발전 등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그 속도는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이 분명하다. 한 연구는 2007년 태어난 일본의 아이는 107세까지 살 확률이 50%이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도 104세까지 살 확률이 50%에 달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여러 추세를 고려해 볼 때 허황된 전망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센테나리안 혹은 ‘호모 헌드레드’를 보는 게 너무 흔한 일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문제는 노년의 긴 삶이 항상 축복이 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생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국가 또한 구성원들의 ‘호모 헌드레드’ 시대 대비를 돕기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평가와는 별개로 카터가 퇴임 후 헌신적인 봉사와 선행을 통해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에 많은 미국인들은 존경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그가 극소수의 인간들에게만 신이 허락하는 축복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더욱 보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