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4인조 보컬그룹 ‘마마스 앤 파파스’는 ‘캘리포니아 드림’에서 낙엽이 지는 흐린 가을날 엘에이(LA)로 떠나고 싶다고 애절하게 노래했다. 그들이 떠나려고 한 도시는 뉴욕(NY)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고자 한 LA가 온화한 날씨에 활동하기 좋은 곳인 줄만 알고 있지, 미국의 주요 대도시 중 녹지 비율이 매우 부족한 도시라는 사실은 잘 안 알려져 있다. LA의 공원 점수는 전국적으로 비교했을 때 100점 만점에 46점으로, NY의 77점과 비교된다. 전국 순위로 살펴보면 NY은 5위, LA 51위를 차지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 LA에는 왜 공원이 무척 부족한 것일까? LA의 공원 부족은 시민의 삶에 인종적, 소득 계층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에 더해 한인타운의 미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NY의 저소득가구 중 공원을 바로 이용할 수 없는 인구는 2%에 불과한데, LA는 41%에 달한다. 그러므로 LA의 소수민족 및 저소득 커뮤니티는 녹지 공간 부족으로 인해 삶의 질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악화시키리라 예상된다.
LA에도 공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LA에 420개 이상의 공원과 여가시설이 있지만 균등하게 분포되어있지 않으며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 내에 공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비어있고 활용도가 낮은 땅을 녹지나 공공 공간으로 바꾸는 노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많은 불의가 그렇듯이 사람들은 공원의 불공평을 우연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매우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었다.
2차 대전 이후 LA시가 성장하고, 이민자가 밀려들어올 때부터 저소득 가정과 유색인종 가족은 LA 중심부에 마당이나 녹지가 없는 다가구 주택에 사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공원 배치는 부와 녹지 공간 중요성의 상관관계 속에서 결정되었다. 예를 들면, LA의 1904년 조닝 코드(Zoning Code)는 물, 대기 및 토양 오염과 같은 환경 위험으로 부터 부촌의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산업 용지를 저소득 지역에 입지시켰다. 반면에 양호한 토지는 주로 백인, 부자들이 거주하는 부유한 지역에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결국 공원은 LA 중심부의 저소득, 유색인종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한 시스템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 전역에 걸쳐 녹지공간의 균등한 분배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LA 공원국은 한인타운이 포함된 윌셔 커뮤니티 계획 구역에서 20개가 넘는 공원과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 타운에는 단 한 곳의 공원도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한인타운 같이 인구 밀도가 높고 소득이 낮은 지역에는 공원이 부족하여 주민들이 야외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이다.
질병통제센터(CDC)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건강 유지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이며 심혈관 질환, 우울증, 비만 및 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지난해에도 LA카운티 지역에서 한 달에 2명꼴로 한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한인타운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녹지 공간을 공급해서 폭력과 범죄로 이어지는 심리적 요인을 줄여야 한다. 그러므로 공원과 레크리에이션 시설의 공급은 차세대의 건강한 성장에도 필수적이며 한인타운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조재성 도시계획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