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정부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통해 고령자의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다. 노인들의 이동권 제한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방침이 아니다”라는 해명과 함께 ‘고령 운전자’를 ‘고위험 운전자’로 수정하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 규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는 현대사회의 생활필수품이다. 더구나 노인들에게 이것은 현실적 문제를 넘어 ‘독립성 상실감’이라는 심각한 정서적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고령 운전자 급증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2021년 현재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5,000만 명에 달한다. 2012년보다 38%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비례해 같은 기간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 또한 7,489명으로 34%나 늘었다.
운전이라는 행위는 동시에 뇌의 여러 기능이 작동해야 하는 고도의 멀티태스킹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뇌의 기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여기에 각종 퇴행성 증상까지 더해지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진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한 도로주행 연구에서는 돌발 상황 발생 시 젊은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0.7초였던 반면 노인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1.4초였다.
이처럼 노인들의 운전능력이 젊은이들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노인 운전자들은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다. 노인들은 안전벨트를 더 착실하게 매고 규정 속도도 훨씬 더 잘 준수한다. 그럼에도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노인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더 높다.
현 추세로 본다면 고령 운전자의 비율과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사고 또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최근 ‘미 노인병학 협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인지장애가 있는 미국 노인들 가운데 무려 61%가 여전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들로 인한 문제들이 심각해지면서 위험성이 높은 운전자들을 규제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노인들의 운전면허 갱신기간을 단축해 더 자주 재심사를 받도록 하기도 하고, 일정 연령을 넘어서면 인지기능 검사와 운전기능 검사를 동시에 받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험과 검사만으로 문제가 있는 고령 운전자들을 완벽하게 가려내기는 힘들다. 자발적인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그럴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들이 활발히 검토되거나 시행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만약 자신이 운전을 할 만한 상태인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테스트를 받아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수백 달러의 비용이 소요돼 소득이 적은 노인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이런 비용을 메디케어로 커버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전포기 시점과 관련해 이와 관련한 지침서(directive)를 미리 작성해 놓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조언한다.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결정을 자녀들이나 가장 친한 지인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지침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법률적 강제성이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일단 이런 지침서를 만들어 두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언제 운전대를 놓을 것인가는 외부적 판단보다는 노인 운전자들 스스로의 결정에 달려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