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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최초의 비극, 그 오래된 진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10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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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귀한 신분을 지닌 자는 사회를 위해 헌신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라는 뜻이다. 자신의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고귀하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인은 ‘고귀함’을 ‘아레테’라고 불렀다. 신분의 높이가 아니라 주어진 신분에 대한 ‘탁월한 발휘’를 의미한다. 그리스인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을 아레테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그가 다스리는 국가의 모든 사람에게 아레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자로 생각했다.

BC 6세기 그리스는 150개 이상의 도시국가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리고 이란지역에 등장한 페르시아 제국과 충돌한다. 그리스에서 지도자는 아레테를 충실하게 발휘한 자들 중 투표를 통해 민회에서 선출하였다. 이런 과정 없이 왕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행위를 ‘야만’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리스의 아테네는 BC 500년경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치제도인 ‘민주주의’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민주주의 제도는 페리클레스(BC 495~429)를 통해 정착되었다. 그는 아테네 명문가에서 태어나 총 10장군 중 한 사람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그리스 대중문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비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페르시아인들’ 공연을 후원하였다. 그는 비극공연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문화를 통한 개인의 성장을 꾀했다. 그는 폭력과 공포의 힘이 아니라, 생각의 힘으로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 싶었다. 그는 생각 수련을 통해 높은 수준의 사상을 깨닫고, 개인의 인격을 신장시켰다. 그는 아테네 민주주의의 기반은 시민들의 물질적인 풍요에 걸맞은 정신적이고 영적인 시민의식이라고 믿었다.

공정한 경쟁제도를 통해 고대 그리스가 정치적으로 발견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19세기까지 거의 모든 국가가 왕정국가였는데 아테네인은 이미 BC 5세기에 새로운 정치제도를 실험하고 있었다. 그 근간이 바로 공정한 경쟁이었다. 비극 공연을 통해 공정성을 가르쳤고, 공감 능력을 가르쳤다.

아테네 관객들은 ‘페르시아인들’ 비극 속의 배우의 우렁찬 목소리를 숨죽여 들으며 가만히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이미 살라미스 전쟁이야기와 그 결과를 알았지만, 수많은 시민과 함께 경청하면서 아테네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하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인물은 살라미스 전쟁을 일으킨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의 어머니 아토사다. 그녀는 고인이 된 남편 ‘다리우스’ 대왕의 혼을 불러, 전쟁의 결과를 묻는다. 다리우스의 혼백이 무덤에서 일어나 군대가 패망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페르시아 제국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었지만, 왕이 오만에 빠져 무리하게 전쟁을 감행하여 패할 수밖에 없다고 질책한다. 여기 비극을 결정하는 두 가지 단계가 등장한다. 오만과 미망이다. 인간은 불행한 결말을 스스로 자초한다. 그 첫 시발점이 바로 오만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이 연극을 보면서 제국의 비극의 원천이 오만임을 깨닫고, 스스로 오만에 빠지지 않기를 다짐한다. 또한 자신들을 전쟁에서 승리한 용사로만 보지 않고 페르시아인, 즉 적의 눈으로 자신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겼다.

‘극장’(Theatre)의 원래 의미는 ‘자기 자신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는 장소’다. 공감 능력은 민주시민의 기초가 되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가진 높은 수준의 도덕심 그리고 적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공감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테네 시민과 미래 인류에게 비극 ‘페르시아인들’을 선물한 그 위대한 정신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신응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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