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할 기(大-8, 5급)
*인연 연(糸-15, 5급)
결혼은 땅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은 하늘에서 점지한다. 공란에 들어갈 말은? 먼저, ‘자넬 여기서 만나다니 참으로 기연이로군!’의 ‘奇緣’에 대해 살펴본 다음에 답을 찾아보자.
奇자는 ‘큰 대’(大)와 ‘옳을 가’(可)가 합쳐진 것으로 ‘(발을) 절뚝거리다’(limp)가 본뜻이라 한다. 자형과 자의의 연관성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후에 이것이 ‘이상하다’(strange) ‘뛰어나다’(excel)는 뜻으로 활용되자, 그 본뜻은 踦(절뚝발이 기)자를 따로 만들어 나타냈다.
緣자는 ‘가선’(hem-line)이 본뜻이니 ‘실 사’(糸)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彖(단 단)이 발음요소임은 椽(서까래 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말 ‘가선’을 모르면 어쩌나! ‘옷 가장자리를 딴 헝겊으로 가늘게 싸서 돌린 선’을 가리는 말이다. ‘연줄’(connections) ‘좇다’(follow) 등으로도 쓰인다.
奇緣은 ‘기이(奇異)한 인연(因緣)’, ‘뜻하지 않은 연분’을 이른다. 기연으로 맺어진 부부가 참으로 많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중국 고전 사대(四大) 명저 가운데 첫 번째로 손꼽히는 ‘홍루몽’에 명언이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 하나를 아래에 옮겨본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이 이에 들어 있다.
“혼인의 연분은 몽둥이로 쳐도
쫓아내지 못한다.”
是姻緣棒打不回.
시인연봉타불회
- ‘紅樓夢’.
●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
<고품격 한국어> 엮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