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전문인
어느 조직 혹은 직장에서나 계급이 있게 마련이다.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휘체계가 바로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여기에 덧붙여, 신분 구분이 직장에 있다. 직장에서 신분이란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최근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비정규직에는 임시직과 계약직이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임시직은 임시로 고용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상태에 있게 된다. ‘임시’라는 말은 결국 정식으로 되지 않은 상태, 즉 정식이 되기 전의 상태를 말한다.
보험에서도 ‘임시’라는 말을 많이 쓴다. 보험증을 임시로 발급하는 제도가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 임시 보험증이 바로 Binder라는 것인데, 정식 보험증이 발급하기 전에 임시로 보험가입을 증명해 주는 임시증서를 말한다. 특히 자동차 보험에서 많이 쓰인다. 가입자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회사는 즉시 보험카드를 발급해 주기 어려우므로 임시로 Binder라는 임시 증명서를 즉시 발급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Binder가 정식 보험카드보다 더 효력이 있는 때도 있다. 자동차 보험의 정식 보험카드와 Binder에 대해 알아보자.
‘임시로’ 씨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중고 자동차 한 대를 샀다. 워낙 고급 자동차인 데다가 마일리지가 매우 적어 새 차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정도인데도 가격은 워낙 저렴했다. ‘임시로’ 씨의 마음에 쏙 든 것이다. 마음에 든 자동차를 빨리 운전하고 싶어 가슴이 설렌 ‘임시로’ 씨는 자동차 등록을 서둘렀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자동차 등록을 해야 한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말을 많이 들었던지라, ‘임시로’ 씨는 우선 자동차 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 전문인을 찾았다. 보험에 가입한 후 보험에이전트가 임시 보험 카드라며 카드처럼 모양이 그려진 것을 인쇄해 주었다. 이것을 들고 Tag Office에 가면 즉시 자동차 등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곧바로 Tag Office에 달려가다시피 했다. 그는 Tag Office 창구에 소유권 증서, 운전면허증, 보험카드를 내밀었다. 한참 훑어보던 창구 직원은 ‘임시로’ 씨의 자동차가 보험에 가입된 자료가 전산 시스템에 보이지 않는다며 혹시 자동차 보험 Binder를 가지고 왔느냐고 묻는다. ‘임시로’ 씨는 보험 카드를 제출했으니까 그것을 보면 될 것이 아니냐며 반문을 했다. 그러자 창구 직원은 이 카드로는 안 되고 자동차 보험 Binder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험 카드에 분명 해당 자동차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왜 굳이 보험 Binder를 갖고 오라느냐며 ‘임시로’ 씨는 따지고 항의해 보았지만, 규정상 보험 Binder만 통용되게 되어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창구 직원이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다급해진 ‘임시로’ 씨는 자꾸 반복해 사정해 보았다. 난처한 표정을 짓던 창구 직원은 Fax 번호를 ‘임시로’ 씨에게 주며, 보험에이전트에게 연락하여 보험 Binder를 Fax로 보내 주면 자동차를 등록해 주겠다고 말한다. 특별히 봐주는 것이라며 생색을 낸다.
그렇다. 보통은 자동차를 보험에 가입하면, 그 자료가 전산 시스템을 통해 Tag Office에 전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미처 자료가 전산 시스템에 들어가기 전에 자동차를 등록하려면 반드시 Binder를 지참해야 등록할 수 있다. 정식 보험 카드를 가지고 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정식 카드보다 임시 증서인 Binder가 더 믿을 만하다니? 왜 그럴까? 자동차를 보험에 가입하면 즉시 임시로 Binder를 발급받게 되어 있어 보험이 유효할 확률이 높지만, 정식 보험증은 보험에 가입한 지가 오래되었다고 보고 가입 후 보험이 취소됐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그렇다. 따라서 자동차를 등록할 때 보험증은 철저히 무시된다고 보면 된다. ‘임시’가 ‘정규’보다 더 좋게 대우 받는 특별한 경우라고 하겠다. 임시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된다. (보험 전문인 최선호 770-234-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