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풍란의 향기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과 안개뿐인 해안의 기암 절벽
어둠 컴컴한 하늘 아래
나비 되어
흰 도포자락 날리며 찾아 온
당신을 봅니다.
나무 껍질보다 거친 손등위로
굵은 핏줄 훤히 드러나는 삶을 바위 틈에 끼우고
희생으로 살아온 일생
얼마나 열심히 인내해야
당신처럼 그윽한 향기 뿌릴수 있을 까. ( 시 ,배형준. 들꽃 시인)
배형준 시인은 아틀란타 시인이다. 들꽃 시인으로 깊은 산 숨어사는 꽃들을 만나러 마음 비운 산승처럼 이름 모를 꽃들을 찾아 마음 설렌다.
‘돌아오지 않는 꿀벌’ 침묵의 봄이 공포스럽다. 날개를 접은 촉수로 감지한 내일은 바람도 하늘도 온화하고 하늘도 쾌청하지만 꽃이 있어도 계절의 생태 엇박자가 절망이다. 양각되지 않는 전자파로 소통이 불가능한 외출은 돌아올 수 없는 동백꽃 낙화 탐욕으로 가득찬 잿빛 하늘 벌들이 거리와 방향을 잃고 꽃을 잃는다. 가지마라, 가지마라 만물이 기억된 향로대로 연쇄적 소멸이다. 벌들의 연쇄적 소멸, 호모 사피엔스의 이기심, 계절마다 찾아온 지구 온난화 벌떼들의 죽음, 인류의 파멸, 한숨과 신음 돌아오지 않는 벌… 지구의 생태계 파멸을 예고한다… 돌아오지 않는 꿀벌은 침묵의 봄에서 예고한다. 배형준 시인은 ‘소들녘’을 운영하며 ‘야생화 꽃 시인’으로 유명하다. 요즘처럼 세상이 무섭게 변하고 있는 때가 있었을까 ? 지구 별이 웃을 날이 없이 전쟁, 총기 사건으로 ‘묻지 마’ 살인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세상이 두렵다. 난 남은 생 하고싶은 일이 하나 있다. 아틀란타를 사철 꽃이 피고 지는 ‘야생화 꽃동네’로 만들고 싶다.
영국회사 주재원으로 부임한 친구가 영국에서는 그동네 새로 이사온 가정에는 이웃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온 것이 유래인데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아 너무 이상해서 동네 주변을 돌아보니, 집집마다 울타리 넘어로 꽃들이 만발했는데 자기 집만 빈 마당이더란다. 그는 그때부터 정원에 온갖 꽃들이 만발한 꽃동네를 만들었더니 이웃들이 웃으며 찾아 오더란다. 우리 집은 집은 허술해도 우리동네 꽃집으로 소문난 집이다. 꽃밭 사이로 바위들이 우뚝 우뚝 귀한 선비처럼 솔과 더불어 뛰어난 운치를 돋보이게 한다. 난 보석보다 돌을 더 좋아한다. 아틀란타를 곳곳 마다 야생화 꽃이 피운다면 사람의 가슴에 총질을 할 수 있겠는가…
스모키 산자락에 핀 코스모스, 해바라기 마을을 찾아 갈이면 길을 떠나고 싶다. 나의 꿈이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며… 지구에 홍수가 나서 피해가 심한것도 산에 들에 작은 야생초들이 흙을 보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야생초는 생명이 질겨 알프스 고산지대 어디에나 꽃씨가 떨어지면 꽃을 피운다. 잡초 제거약만 뿌리지 않는다면… 꽃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도 사라진다. 꽃은 우리 눈을 즐겁게 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반이다. 꽃들의 아름다운 마음, 그 마음을 우리 가슴에 품고 살면 왜 전쟁을 하고 싶겠는가/자연 속에 마음을 묻고 어떤 꽃들이 피어 있는지 보라. 지구는 사람이 잃어버린 마음에 꽃으로 웃는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
바람에 마음 싣고
잠시 지구 별
머믈다 간 나그네ㅡ
거리마다 정을 주고
잠시 고향 흔적 남긴채 떠난 바람 이라오.
사랑의 젖줄 물고
태어 난 들꽃 목숨아.
(시. 박경자. 들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