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최 수필가)
한국인으로서 장애인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분들로는 미국에서 차관보를 지낸 앞을 보지 못했던 강영우박사,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면서도 카이스트대학의 교수가 된 세계적인 수학자 김인강교수, 영문학자와 문인으로 널리 알려진 서강대학의 장영희교수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훌륭한 장애인들이 많이 있지만 또 한사람은 피부근염이란 희귀병으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유펜(Univ. of Pennsylvania)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서부지역 본부 모기지 담당 부사장으로 있는 금융인 브라이언 최도 있다. 브라이언은 꾸준히 성장하면 훗날 김용 총재의 뒤를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번째 세계은행 총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젊은이의 미래란 그렇지 않은가?
한국과 미국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란 그 차이를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한국에서 휠체어를 탔던 K씨는 어느 날 집앞 골목에서 친구들이 고무줄놀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외출에서 돌아오던 옆집 영희 엄마가 “너 저런 병신하고 놀지 말랬잖아!”하며 영희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리더라는 것이다. 그 후 K는 자기 방에서 밖에 나가지 않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K의 부모는 아버지가 대령으로 삼팔선을 지키는 어느 전방 부대장이었는데 바로 전역을 하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와서 K를 잘 키워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한국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정부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국에 비하면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의 중고등학교 시절엔 “저런 병신하고 놀지 말랬잖아!”가 아니라 미국 친구들이 주말이면 브라이언 집에 놀러 와서 함께 먹고 자고 뒹굴며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미국친구의 어머니는 “나는 네가 브라이언의 친구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단다”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선 장애인이라고 해서 조금도 차별받지 않는 것은 물론 인식 자체가 다르다.
다만 장애아를 가진 부모나 그 가족들의 삶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렵고 힘들다. 장애아를 돌본다는 것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감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대와 스스로의 인생을 공유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세상에 장애아를 둔 부모가 어찌 이들 뿐이겠는가 마는, 특히 브라이언의 경우 한국에서 네 살 때까진 평범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던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피부근염이란 희귀병 진단을 받았고, 그의 부모는 전 재산을 털어 병을 고쳐보려 애를 썼지만 고칠 수가 없어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35년여 전 당시 한국에서는 유전이나 전염이 없는 병인데도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거절당하던 시절이었다.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하루 종일 아이를 곁에서 돌보겠다고 무릎을 꿇고 사정해보았지만 끝내 입학을 거절 당했다고 한다. 브라이언은 그런 사정으로 미국으로 온 사람이다.
브라이언을 데리고 온 엄마가 미국의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키려고 찾아가자 상담선생님은 아무 조건 없이 받아주었고, 영어가 부족하니 당분간 ESL 클래스에 들어가서 영어를 먼저 익힌 다음에 정규수업을 들으면 된다고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매일 등하교는 스쿨버스가 데리러 오고 데려다 준다는 것이었다. 브라이언의 어머니 헬렌은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아 미국으로 왔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나더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헬렌은 자신도 대학원까지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분이었다. 형편이 넉넉지는 못했지만 생활비를 줄이고 옆집의 대학생에게 부탁해서 영어공부 과외를 시켜 좋은 성적으로 초중고를 마치고 유펜으로 보냈다. 자칫 한국에서 버림(?)받고 사회적 약자로 불행하게 살아가야했을 수도 있었던 브라이언을 미국으로 데려와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토록 한 브라이언의 어머니 헬렌과 모든 장애인들의 어머니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반면에 장애인들도 자신의 오늘이 있기까지 눈물로 기도하고, 숭고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어머니들의 은혜를 결코 잊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