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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창] 가격 인상만이 능사인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01 12:12:01

데스크의 창, 조환동 LA미주본사 편집기획국장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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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LA미주본사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기자들은 업무 특성 상 제때 퇴근 못할 때가 많다. 사건사고나 큰 뉴스가 터지면 취재해야 하고 저녁에 타운 행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출근은 제때 해도 퇴근은 기약 없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기자도 늦게 퇴근하는 날은 사우나에서 샤워를 하고 간다. 자주 가는 것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다. 

타운 내 한 사우나를 주로 갔는데 여기도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가기도 사실 부담이 된다. 너무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10달러, 12달러 하던 것이 지난 2년간 계속 올라 15달러, 16달러, 18달러로 오르더니 지금은 20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이 사우나를 갈 때마다 고객은 몇 명 없고 절간처럼 조용하다. 가격 부담을 느낀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닌 것이다. 

사우나를 하고 나오면서 업주에게 “가격이 비싸서 이제는 자주 못 와도 이 넓은 사우나를  혼자 쓰네요”라고 한마디 했더니 업주도 겸연쩍게 웃으면서 “가격을 올린만큼 손님이 줄어 힘들다. 그렇다고 가격을 다시 내릴 수도 없고”라며 말을 흐렸다.  

많은 소매 업소들이 비슷한 현상을 호소한다. 가격을 올리니까 고객이 감소하면서 기대했던 매출 증대 효과는 미비하다.  

LA 외곽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테리야키 식당을 운영하는 기자의 한 지인도 ‘가격 인상 → 매출 감소’ 현상을 겪은 후 폐업을 피하기 위해 최근 결단을 내렸다. 메뉴 당 가격을 50센트에서 많게는 1달러 이상 내리고 주중 저렴한 점심 스페셜을 제공했더니 떠났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경험했다. 

이 업주는 “고객들이 갈 수 있는 식당들이 주위에 널렸는데 너무 오만했던 것 같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메뉴별로 마진이 좀 줄더라도 많이 팔아 매출을 올리는 박리다매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이어 “식당 등 소매업소는 직원도 돌려야하고 자금이 돌아야 하는데 한동안 자금난을 겪었다”며 “우리가 잘되니까 인근 경쟁 식당들도 가격 인하 경쟁에 가세했다”고 말했다.     

사실 최근 2년여간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붕괴가 주요 이유였다. 물론 인건비와 자재비 등 사업 경비가 오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올랐다면 내려가는 것 또한 정상이다.

12개 기준 계란의 도매가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5.46달러까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0.94달러 수준으로 약 83%나 폭락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비정상적으로 올렸던 신차 가격을 일부 모델을 중심으로 다시 내리고 있다. 계란과 자동차 모두 가격이 너무 오르니 소비자들이 소비와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고 공급망이 정상화되면서 내린 가격을 소매가에 반영한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릿저널 등 주요 언론들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상황을 가격을 올릴 구실로 악용하는 다국적 및 미국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집중 보도했다. 

이사벨라 웨버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기업의 가격 결정 구조를 코로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점에서 봐야 한다”며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 기업도 가격을 따라 올릴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생산비 인상 폭만 상품 가격에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치솟은 원자재 가격을 구실로 제품 가격을 올려 이익을 부풀린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인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언론들은 그러나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직면해 이같은 ‘부도덕한’ 제품 가격 인상이 결국은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언론들은 이들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사실상 ‘담합’ 수준이며 최악의 인플레가 발생한 이유가 이들 기업들의 ‘탐욕’에도 일부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일부 한인 업소들도 이같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기자는 많은 독자들과 지인들로부터 “많은 한인 업소들이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주류 업소보다도 가격을 더  많이 올린 것 같다. 예전보다 덜 애용하게 된다”라는 불만 섞인 애기를 많이 듣는다. 

소득 보다 훨씬 빠르게 치솟는 인플레로 고통 받는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하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특정 브랜드를 고수하지 않고 더 싼 가격의 제품을 구입하는데 망설이지 않으며 외식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은 과감히 줄이고 있다.

최근 미 전역에서 팁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무리한 팁 요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 표현이라고 봐야한다.

한인타운을 비롯, LA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소매 업소들이 폐업한 것을 목격한다. 폐업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은 이들 업소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업주는 가격을 올릴 자유가 있다. 그러나 특정 업소를 애용할지 여부 또한 소비자의 자유다.    

[데스크의 창] 가격 인상만이 능사인가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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