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맨발의 이사도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23 12:51:18

삶과 생각, 김덕환 팔로알토 갤럭시 부동산 대표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덕환(북가주 팔로알토 갤럭시 부동산 대표)

“이사도라, 오픈카라 추울텐데 만토를 걸치지 않구…” “아니야 메리, 니가 준 길고 멋진 이 실크 스카프면 충분해. 안녕! 난 사랑을 나누러 갈게…” 부웅~. 

근 백년전인 1927년 9월의 어느 날 밤, 남불 니스의 해안도로에서 그 마지막 말을 남기고 출발한 이사도라는 잠시후 불과 50세의 나이로 허망하게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다. 목에 두른 스카프가 바람에 날리며 자동차 뒷바퀴에 끼이면서 차에서 내동댕이쳐져 그녀는 그렇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나는 우리 집에 전축을 처음 들여온 날의 환희를 아직도 가슴 떨리게 기억한다. 고딩 때인 1976년경이었다. 당시 최고급이던 천일사의 별표전축 같은 비싼 브랜드는 집안 형편에 꿈도 꿀 수 없어 청계천 세운상가로 12살 위의 큰형님을 따라가서 비록 조립품이었지만 깎고 또 깎아 사서 조심조심 안고 버스를 타고와 집에 들여놓았는데 그날은 돌이켜 볼 때 내 생애 최고로 기쁜 날 중의 하루였다. 

사장님이 보너스로 끼워주신 도시락만한 크기의 8트랙 ‘폴 모리아’ 악단의 경음악 테이프를 카트리지에 조심조심 밀어넣으니 세상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가 막힌 스테레오 사운드로 Love is Blue, 눈물의 토카타, 엘빔보(El Bimbo)가 연주되더니 이윽고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곡 맨발의 이사도라가 내 가슴을 촉촉이 적시며 흘러 나왔던 것이다. 스윗 식스틴 청소년 시절, 그 곡은 심야 청소년 라디오 방송의 인기 성우 김세원님이 진행하던 ‘밤의 플랫폼’ 시그널 뮤직이기도 하였다. 

아... 그게 바로 현대무용의 창시자인 이 이사도라를 말하는 거였구나... 오죽하면 조선 현대무용의 효시라 하는 숙명여학고 출신의 전설의 월북 무용가로 지금은 평양 애국렬사릉에 안장됐다는 고 최승희(1911-1969, 향년 58세)를 조선의 이사도라 던컨이라 부르며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돼왔을까. 불현듯 제목으로만 알던 구슬픈 서정의 멜로디가 바로 이사도라 던컨의 일생을 기리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렸으니 이런 형광등이 또 어딨을까. 

이사도라 던컨은 이제 매우 구체적으로 내게 다가온다. 우선 그녀가 내가 이민 와 21년째 살고 있는 이곳 샌프란시스코 출신(1877생)이라는 것이다. 금융가였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하이틴 시절 오클랜드로 이사가 바느질하는 엄마를 돕는 틈틈이 동네의 소녀들에게 춤을 가르치다 20세때 뉴욕으로 건너가 본격 춤을 배우는 한편 자신만의 독창적인 춤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1차 대전을 전후한 뒤숭숭하던 시절에 유럽으로 건너가 베를린, 런던, 모스크바 등에 무용학교를 세워 전통 발레의 틀에 박힌 의상과 모션에서 탈피해 대영박물관의 그리스 평면 양각의 이미지 등에서 영감을 얻은 춤사위를 개발해 유명 디자이너 뽀와레가 디자인한 그리스 풍 야회복을 입고 맨발로 추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개발하면서 전 세계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늘날 국제 무용계에 최고로 권위있는 상이 바로 ‘이사도라 던컨’ 상인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 번째는 이곳 베이 지역에서 한국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한인 무용가로 옹댄스 컴퍼니(Ong Dance Company)를 이끌며 샌프란 헙스트 극장 등에서 활발한 안무 활동을 해오던 옹경일 안무가가 바로 이 이사도라 던컨 상을 무려 2번이나 수상했다는 것이다. 4년 전인 2019년, 그녀가 두 번째로 이 상을 수상하였을 때는 샌프란의 일식집에서 타계하신 N 선배님을 비롯 그녀를 아끼는 뜻있는 분들이 모여 조촐한 축하디너도 함께 했었는데 이후 몰아닥친 팬데믹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아 요즈음은 공연이나 활동소식이 매우 뜸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문화계를 위해서나, 좋은 공연으로 가끔 예술에의 갈증을 위로받아오던 교민사회를 위해서나 매우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이 비단 예술계뿐이었으랴 마는 팬의 한사람으로서 옹경일 무용가의 조속한 무대 복귀를 바란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행복한 아침] 마음이 담긴 말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깊이 다친 적이 있다. 한참을 따끔하게 보답해 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매느라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녔다. 사람마다

[신앙칼럼] 유혹의 안전지대: 하나님의 전신갑주(Beyond Temptation: Standing Firm in the Armor of God, 에베소서 Ephesians 6:11~18)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인간이 만든 '가짜 안전지대'의 허상 (Illusion of Safety)15세기 영성가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혹을 받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알아두면 든든한 사회보장국 공식 유튜브 필수 영상 5선과 디지털 소통 가이드온라인 계정·은퇴연금·장애심사·SSI·사기예방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핵심 복지 길잡이 천경태 (금융전문가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셸 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후보, District 99) 현대·LG ICE 단속 1년, 우리가 묻는 질문은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이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 한인사회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뒷 산

뒷산 / 신달자 외로울 적에마음 답답할 적에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돌아가는 것이 없는 빈 몸이다뒤산은 뒷산은 내 몸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나무는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훌륭한 조경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에 자연의 멋을 더해 준다. 잘 가꿔진 큰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라

이용희 목사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부터 서로의 견해가 다른 주제를 꺼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일치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독자기고]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수필가·칼럼니스트)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모퉁이마다 이름 없는 선율들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 위에 새겨진 까만 음표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