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시론] 사장님, 새치기하세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04 12:57:30

시론,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요즘은 길거리에서 모세의 기적을 종종 마주친다.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모든 운전자가 주위를 둘러보고 꽉 막힌 도로에서도 어떻게든 차를 조금씩 움직여 앰뷸런스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누구에게나 흐뭇한 광경이다. 장면이 바뀌어 점심 배식 줄이 길게 늘어선 어느 회사의 구내식당. 갑자기 들어온 사장이 맨 앞으로 새치기를 한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장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런 상황이 실제 일어난다면 대부분의 직원은 “사장님, 새치기 하지 말고 저 뒤에 가서 줄서요”라고 용감하게 외치거나, 아니면 “사장이면 다야?”라며 뒤에서 수군거릴 것이다.

앰뷸런스에 양보하는 것은 거기 타고 있을 환자의 5분이 자신의 5분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장의 5분은 어떤가. 물론 환자를 살리기 위해 1분 1초를 다투는 앰뷸런스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또 모든 사장이 인간적으로 훌륭한 것도 아닌 만큼 사원들이 사장을 못마땅해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회사든 그 회사의 성패에 있어서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 성공 사례들보다 오히려 쇠락의 길을 걷게 된 회사들이 그 중요성을 더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의 사업성을 간과했던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아이폰과 갤럭시에, 반도체 업계의 선두였지만 시장의 흐름을 오판했던 NEC와 도시바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잔 고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과소평가했던 포드와 GM이 도요타와 폭스바겐과 현대 차에 선두 자리를 내어주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작금의 치열한 경쟁시대, 수퍼스타 마켓의 시대에서는 이같이 한순간의 판단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갈리는 것이 다반사이며 그만큼 최고경영자의 판단 미스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회사의 존립과 직원의 일자리까지 위협한다. 누구나 다 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라면 회사가 현재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S라면 대신 다른 라면을 출시했었더라면 그 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어땠을까. 물론 그 라면은 개발팀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로 탄생했지만 다른 라면 대신 그 라면을 출시하기로 최종 결정한 최고경영자의 중요성도 절대 폄하해서는 안 된다. 직원의 훌륭한 노력도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가 없었다면 그 결실을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가 훌륭한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본인의 실력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주위의 조언도 잘 듣고 가능한 모든 정보를 동원해 최선의 선택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장은 책임 있는 결정의 마지막 단계인 만큼 그 시간은 본인뿐 아니라 회사의 모든 직원과 주주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사장이 못마땅해도 사장의 선택만은 훌륭해지도록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으는 것도 곧 그 구성원들 자신을 위한 길일 수 있다.

사장의 선택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사장의 실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직원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또 자기 배만 불리려는 사장은 직원들이 돕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라면 선택을 위해 주위의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장이라면, 그렇기 때문에 그 5분이 직원과 회사의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는 5분이라는 데 동의할 수 있다면, 사장에게 용감하게 직언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사장의 시간도 최대한 아껴 줄 필요가 있다. 사장은 경영상 최선의 선택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직원은 사장에게 “점심 줄은 언제든지 새치기 하고 고민 많이 하세요”라고 양보할 수 있는 회사는 어떨까. 결국은 그런 회사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그만큼 소비자·직원·사장·주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 될 것이다.

[시론] 사장님, 새치기하세요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미래는 오늘부터 시작이다

이용희 목사 “행복이 깃들리라. 홀로 있으면서도 오늘을 내 것이라고 노래하는 사람아. 내일은 최악일지라도 그것이 대체 무엇이냐. 오늘 나는 충실한 사람을 누렸도다. 평화로운 마음으

[법률칼럼]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 이민 서류, 하루 차이가 자격을 가른다

케빈 김 법무사 이민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마지막 날이 주말이나 공휴일일 때가 있다. 이때 “관공서가 쉬니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판단이

[행복한 아침] 익숙해짐의 양면성

김 정자(시인 수필가)    운전이 필수인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출근길이면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른다. 시동을 건 다음 Seat Belt 장착을 하고 rearview mirro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SSI 수급자의 소득 불일치 경보(Earnings Alerts)와 10억 달러 과오 납금의 진실국세청(IRS) 자료 연계 시스템의 허점과 수급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월별 소득 보고

[신앙칼럼] 겸손과 사랑(Humility and Love, 요한복음John 14:2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명시감상] 비로봉(毘盧峰) — 윤동주“만상을 굽어보기란-/ 무릎이 오들오들 떨린다./ 백화(白花) 어려서 늙었다./ 새가 나비가 된다.

[수필] 스와니 벼룩시장에서 돌아본 애틀랜타 한인회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새벽마다 스와니 시청 앞 광장에는 정겨운 장터가 열린다. 소박하고 허름한 나무 상자 위에는 갓 수확한 햇고구마와 무, 배추, 제철 과일들이 무심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미국의 단독주택 단지(Subdivision)에 살다 보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약자가 있다. 바로 **HOA(Homeowners Association)**이다.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헬렌김 그렇게 뜨거웠던 어제도아무런 작별 인사 없었는데,오늘은소식없이 가을입니다. 공원에는 다람쥐가 분주하고한 여름 푸르렀던 나무들은파스텔을 거두어하나 둘 황금빚 옷을 준비합니다 

[애틀랜타 칼럼] 체면을 살려 주어라

이용희 목사 대개 윗사람들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 하인 다루듯이 명령하기도 하고 책망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할 때. 그 자신의 인격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법률칼럼] 취업비자 10만 달러의 벽… 이제는 회사의 해고 기록까지 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유학생에게 채용 제안은 새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의 기쁨에 앞서 비자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따져야 한다.지난 9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