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북가주 새크라멘토 CBMC회원)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같은 언어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다른 것은 사투리라고 하며 직업에 따라, 혹은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도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수 있다.
오래된 책 중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비유를 통해 남녀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었다. 이렇듯 같은 나라 출신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도 살아온 장소나 환경, 직업, 사고방식에 따라 같은 말인데도 이해할 수 없거나 다른 뜻으로 오해하게 될 수 있다.
사람에게 언어는 생각을 전하거나 바꿀 수도 있고, 또 말한 대로 행동하거나 침묵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말은 힘이 있어 생각을 지배하기도 하며, 지배된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전에 여러 명이 게임을 해서 한두 명에게만 벌칙을 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들이 게임을 할 때마다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었다. 게임에서 자신이 걸리지만 않으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게임에서 진 사람에게만 어려운 벌칙을 시키거나 고통을 감수하는 일을 하게 하였다. 물론 게임의 특성상 벌칙자가 나와야 하므로 단순히 재미를 위한 말이기는 했다. 이 프로그램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 있는 프로였고, “나만 아니면 돼”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종종 외치는 유행어가 되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한국의 학교 폭력을 다룬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한 고등학교에서 왕따라고 불리는 아이가 상상할 수 없는 수위의 괴롭힘을 당하고, 자라서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었다. 피해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이 사실을 알고, 보고 있었지만 침묵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주문을 외우듯 말한다.
그런데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가 사라지니 또 다른 아이가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나만 아니면 되는 게 아닌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고 외쳤던 말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상황을 외면했지만, 그 말의 결국은 안 좋은 결과만 반복시켰다.
말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이 말의 힘 때문에 한때는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처럼 소개될 때도 있었다. 부정적인 말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며 양심을 거스르는 행동도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극적인 방법만으로는 변화가 느리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있다. 격려하며 배려하는 선한 말들, 그리고 선한 양심에서 나오는 행동은 선한 영향력으로 변화를 좀 더 빠르게 촉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에게는 선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선한 말과 착한 양심에서 나오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가정과 사회를 모두 기쁘고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