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얼마 전 명문대학 졸업식에 초대받은 주요 인사가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같이 훌륭한 분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를 낳는 것이다, 그러니 졸업하고 나가서 아이를 많이 낳아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인공지능과 기후변화와 사회적 갈등과 불신으로 고민에 차 있는 졸업생들에게 참으로 부적절한 축사가 아닌가 싶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유럽의 선진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연금수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려는 개혁을 시도하는 프랑스에서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일찍 접어든 일본에서는 교도소 수감자들 중 20%가 60대 이상이다. 가난과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경범죄를 되풀이하면서 교도소에 머무르는 수감자들이 늘어난 것이 그 이유다.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와 그 여파를 보도하는 외국의 언론은 한국의 사회적 갈등에 주시한다. 자녀수당과 주거 대출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출산 초고령 시대에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나친 경쟁과 제로섬 사고는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 가르기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안전망을 탄탄히 세우는 것이 급선무이며 그와 더불어 서로 연결된 커뮤니티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연구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건강과 장수와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 사회적 연결이다. 일반적으로 기대 수명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5년에서 7년이 더 길다. 이런 차이를 유전·직장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눠 살펴보는 연구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인 행동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에 많이 이들이 주목한다. 여성들은 만남 그 자체를 위한 만남에 익숙하고 직장의 동료가 아닌 친구나 이웃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인간이 나이 드는 것은 사회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모습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거나 혼자 살거나 역시 개인 삶의 진실이다. 하지만 웰에이징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계층 간 갈등이 커질수록 사회는 불안해지고 경제도 발달할 수 없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