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립(서울경제 논설위원)
최근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이 집계한 1분기 외국인 방문객 수는 총 479만 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분기의 60%에 육박했다. 특히 한국인 방문객이 많다. 1분기에 외국인 3명 중 1명꼴인 160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에서 총 1,999억 엔(1조 9,700억 원)을 쓰고 왔다. 이 추세라면 올해 2,0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5조 엔가량을 소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관광입국(觀光立國) 선언’을 시작으로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관광자원을 정비하고 해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를 뒷받침한다는 ‘관광입국’은 일본 정부의 국가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 관광입국추진기본법 제정과 2008년 국토교통성 산하 관광청 신설 등 일련의 후속 조치가 잇따랐다. 2012년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은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관광 드라이브에 더욱 힘을 실었다. 2009년 679만 명에 그치며 한국에 밀렸던 일본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코로나19로 급제동이 걸리기 직전인 2019년 역대 최다인 3,188만 명까지 불어났다.
한때 일본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던 한국의 성적은 초라하다. 2009년 782만 명으로 일본을 제친 지 6년 만인 2015년 일본에 재역전당했다. 2019년에는 1,750만 명으로 일본의 반 토막 수준에 그쳤다. 최근 관광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월 관광객 수는 47만 9,000명으로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40% 수준이다. 여행수지 적자 폭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매달 10억 달러를 넘었다.
한국은행은 여행수지 적자가 지난해 4분기 24억 달러에서 올 1분기 3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해 600억 원 규모의 관광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일과성 땜질 정책이다. 관광은 일자리 창출과 소비 효과가 큰 성장 산업이다. 관광산업 육성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아 정책 컨트롤타워 수립과 관련 인프라 정비 등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