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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고 장영희 시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24 09:55:39

수필, 박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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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정호승 시인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불꽃같은 생을 살다가 2009년 세상을 떠난  영문학자 장영희 시인을 생각하면 왜 신은 그토록 아름다운 사람 장영희 시인을 일찍 데려가셨는지 모른다. 서울대 영문학교수 장영록 교수님을 닮은 천재적인 딸 장영희 시인 보석같은 맑은 그 영혼의 사람, 서강대 영문과 교수를 25년 재직 중 수많은 젊은 제자를 길러낸 장영희 시인이 이 봄 다시 그립다. 태어나서 한번도 제발로 걸어 보지도 못한 장애인인 그녀는 그 시련 속에서도 맑은 영혼의 사람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은 사람이라도 그 영혼 속에 맑음이 없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그녀의 ‘새벽 창가에서’ 글의 연재는 특히 세상 구경을 할 수 없는 죄수들에게 한줄기 빛이었다. 글에는 고난의 역경을 딛고 다시 살고싶은 희망의 선물로 삶을 다시 살고싶은 영혼 깊숙이 스며드는 희망의 빛이었다. 난 어린 시절부터 너무 일찍 염세적인  소녀 시절을  보냈었다. 남처럼 시집가고 장가가고 살기 위해 남처럼 악착같이 살아야 할 그런 삶이라면  왜 살아야 하나… 오랜 내 젊은 시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 수 있는 기적은 글을 통한 아름다운 영혼의 사람들의 만남 때문이었다. 책 속에서 만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살고 싶은 이유는 어디선가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 맑은 혼을 지닌 사람들 때문이었다. 고난의 삶에 치유가 되는 기쁨이 되어준  한 줄기 희망을 안겨준 그 맑은 영혼의 길을 가는 꿈꾸는 사람들 때문 인지도 모른다. 우린 혼자서는 인생 길을 갈 수 없다. 누군가 받은 상처를  괜찮다고 도닥이며  눈물 또한 삶의 일부라고 행복의 씨앗이라 울먹이며 등을 토닥이던 그 따스한 손길 사랑 넘치는 그녀의 글이 다시 그립다.

‘인생에 깨닫음, 그 새벽이 오면 전라의 가슴을 준비한다. 그때 하늘이 열리고 빛은 가슴을 두드려 오고 온 우주가 홀연히 솟아오르는 감격을 맛본다. 새벽은 해보다 먼저 눈을 뜬다’(노자의 도덕경에서)

맑은 영혼의 사람 장영희 시인은 스물 네 번의  항암 치료를 받고도 ‘아름다운 빛’이라는 글로 다시 글을 쓰면서… 나는 지난 3년을 꿈을 꾸듯 안개 속에 휩싸여 헛구역질 식도가 타서 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돌아눕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독자들 앞에 ‘아름다운 빛’ 연재를 했었다. 굳은 의지로 다시 일어난 그녀는 2009년 다시 암 재발로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의 글에는 폭포에서 쏟아진 물줄기처럼 맑은 영혼을 파고드는 어떤 힘이 솟는다.

 

그녀의 책속에서 ---

어느날 동생이  언니 우리 함께 백화점 가자해서 따라 나섰다. 어느 명품 옷가게에 갔을 때-- 동생이 옷을 사는 것을 

멀리서 지켜 보았다. 주인 갑자기 소금을 뿌리며  재수없이 아침부터  웬 거지냐고 소리를 쳤다.' 우리 언니예요 '하자

미안하다며  돌아서던 이야기 아닌 실화를 털어 놓았다.

내가 살아 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더라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구경 삼아 호기심으로 

불쌍해서 구경 차원에서 쳐다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던 비닐 가방을 들고 다니던

중요한것은 그 내용 물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눈치나 보며 사는 것보다

내 실력을 쌓고 껍데기가  아니고 내용물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영화에서 보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중요하더라 

내가 살아 보니까

남을 위해 덕을 쌓고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더라     ( 장영희 글 , 내가 살아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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