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거대국가인 중국은 축구를 너무 못한다. 마지막으로 월드컵에 나간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할 정도이고 피파 랭킹에서는 오만과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가봉보다도 낮다. 인구 14억의 중국이 이처럼 축구를 못하는 것은 ‘세계 4대 불가사의’의 하나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인구 1억 명당 가장 축구를 잘하는 사람 1명씩만 뽑아도 국가대표 베스트 11외에 벤치까지 꾸릴 수 있는데도 축구를 너무 못하고 있으니 이런 우스개가 나올 만도 하다.
지난 2015년 중국은 오는 2050년까지 세계 최강 축구국가가 되겠다며 야심차게 ‘축구굴기’를 선언했다. 중국이 ‘축구굴기’를 선언했을 때 성공 여부는 단지 돈과 의지의 문제로만 여겨졌다. 5만개의 축구학교 개설 등 총 50개 항의 목표를 담은 이 프로젝트의 예산은 수천 억 달러였다.
중국의 ‘축구굴기’ 선언은 국가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프로젝트이다. 시진핑은 축구광이다.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평소 “나에게는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그리고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꿈이 있다”고 말해왔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시진핑의 바람과 달리 중국 대표팀은 지난 2013년 6월15일 태국과의 경기에서 1-5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마침 이날은 시진핑의 생일이었다. 중국의 ‘축구굴기’ 프로젝트는 이날 참패를 지켜본 시 주석의 지시로 시작됐다.
하지만 중국이 야심차게 ‘축구굴기’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8년이 지난 지금,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고 지난 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돈을 앞세워 세계적 스타들을 국내 리그로 끌어 모으던 시절은 끝났으며 재벌들이 운영해온 프로팀들도 재정난으로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또 축구협회 고위관계자들은 부패와 독직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축구굴기’가 실패로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징표는 중국 국가대표팀의 끝 모르는 부진이다. 중국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피파 랭킹 105위인 뉴질랜드와 가진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1무1패를 기록했다. 경기를 본 중국인들은 “더 이상 중국에 패할 팀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중국 팀은 성난 축구팬들에게 공항에서 계란 세례를 받을까 두려워 새벽에 몰래 귀국했다.
중국이 월드컵에 나갔던 것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피파가 오는 2026년 미국·캐나다·멕시코 월드컵 참가국을 48개로 확대하고 아시아에 8.5장의 티켓을 배정한 것이 중국을 위한 배려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내에서는 “월드컵 진출 가능성이 여전히 제로”라는 비관적인 전망들이 우세하다. 얼마나 자국 축구에 절망하고 있으면 이런 반응들이 나올까 싶을 정도다.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데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투명하지 못한 시스템과 선수들의 개인주의적 성향, 선천적인 축구 DNA 결여 등 여러 가지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축구굴기’ 프로젝트가 가진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국가가 기계적으로 축구를 육성하려 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공산권 국가들이 보여줬듯 체조 등 개인 종목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팀 스포츠는 다르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기민한 판단력과 협력이 필수적인 팀 스포츠에서는 기계적인 육성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인구가 채 300만도 되지 않는 축구강국 크로아티아를 보면 전 국민이 생활 속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왜 국가육성 스포츠보다 강한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축구굴기’를 꿈꾸던 중국의 ‘축구굴욕’은 획일적 시스템이 지난 한계를 그대로 노정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