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램펠(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대와 어떻게 협상을 해야 할까?
바로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맞닥뜨린 문제다. 공화당은 국가부채한도를 올리기에 앞서 그들의 요구부터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아직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설사 요구조건을 내건다 해도 당 소속 의원 218명 전원의 지지를 담보하지 못한다.
코비드-19가 기승을 부리기도 전에 전임 대통령 트럼프는 4조 7,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불러올 초대형 감세법안에 서명했지만 공화당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제 민주당이 백악관을 접수하자 적자 매파로 거듭난 공화당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무엇이건 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국가채무한도라는 쓸만한 볼모를 잡은 것 이외에 공화당이 말하는 ‘무엇’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국가채무한도란 지난 회기에 의회가 이미 승인한 정부 운영예산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국채 규모의 상한선을 뜻한다. 채무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사회보장 혜택과 군 장병들의 봉급 지불 의무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또한 우발적인 단기 채무불이행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될 잠재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이 더 이상 안전하고 믿을만한 차입자가 아니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장기적으로 차입경비가 올라가게 된다. 물론 차입경비 상승은 곧바로 재정적자 증가로 이어진다.
거듭 말하건대 공화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예산안을 갖고 있지 않다. 만약 공화당이 종교단체 과세를 언급한다면, 그건 당의 확고한 입장이 아니라 과세 근거를 찾기 위해 현재 교리를 뒤적이는 단계임을 의미할 뿐이다. 공화당의 다른 적자감축안에도 어김없이 TBD(To Be Determined: 추후결정)라는 봉인이 찍혀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해보자. 공화당은 세금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추가 감세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표면적으론 소셜시큐리티나 메디케어도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한다. 게다가 국방예산이나 참전용사 지원프로그램에도 절대 칼질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비정파기구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그들이 지지하는 트럼프 감세법을 연장하기 위해선 비국방 재량지출 예산 전액을 삭감해야 할 뿐 아니라 기타 지출항목 역시 논의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콕 짚어 삭감원칙을 밝힌 지출항목이 있긴 하다. 공화당은 최소한 ‘사회적 각성주의’에 빠진 단체의 예산은 잘라내겠다고 공언한다. (이건 분명 연방수사국 FBI의 예산을 끊겠다는 뜻이다).
어쨌건 바이든은 이미 행정부 지출안을 제시했다. 필자는 그가 제안한 일부 조항의 내용과 셈법에 반대한다.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의 지출안은 ? 최근 들어 그가 공식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힌 - 트럼프 감세법 연장에 따른 경비를 제대로 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유권자들이 평가하고, 공화당이 반박할 수 있게끔 자신의 예산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반대로 아직 예산안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공화당은 수정제안을 내놓으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말 서한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캘리포니아)은 대통령이 “부채협상 도중 실종”됐다고 비난했다. 매카시는 예산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비국방 정부지출을 대폭 감축”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며 에너지비용 절감조치를 취하는 등 미국인의 생활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판에 박힌 말만 되뇌일 뿐이다. 비국방 지출 가운데 어느 항목을 줄이겠다거나 에너지비용을 어떻게 절감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다.
같은 날 CNBC에 출연한 매카시는 “예산안은 채무한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로 자체 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한 공화당 의총을 두둔했다. 공화당연구위원회(RSC) 위원장인 케빈 헌 하원의원(공화-오클라호마) 역시 “예산안은 지출한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매카시 하원의장과 앵무새처럼 입을 맞췄다.
분명히 말하건대, 필자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채무한도 상향은 과거의 부채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인 반면 예산안은 미래의 지출과 세금에 관한 결정이다. 이들은 서로 연계되어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공화당이 수차례 합의했듯 의회는 사전조건 없이 부채한도를 올리거나 정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자 공화당은 서로 상관이 없는 예산안과 채무한도 조정을 한 묶음으로 엮은 다음 이중 하나를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다른 하나의 변화를 압박하는 볼모로 활용하려 끈질기게 시도했다.
지난주 하원예산위원회의 조디 알링턴 위원장(공화-텍사스)은 “공화당 의원 218명의 의견을 수렴해 단일 예산안을 마련하기가 초선 의원 시절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말로 세부적인 지출안은 물론 구체적인 원칙에 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당의 속사정을 엉겁결에 내비쳤다.
다시 정리하자. 공화당 의총은 이념의 농도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하는 어수선한 집단이다. 공화당은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민주당의 제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뿐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수년 동안 되풀이 된 정책토론의 난맥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바이든에게 협상과 양보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요구조건조차 내놓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양보하라는 것이냐”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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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