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에세이] 이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10 15:17:21

에세이,이은정 휴스턴대학교 조교수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이은정(휴스턴대학교 조교수)

 

정확히 한 달 전, 우리 학교의 봄방학이 시작되던 날, 나는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집값은 치솟고 모기지 대출 금리는 나날이 오르기만 하던 때 이사를 하다니, 나에게 평생 없을 운을 가져다 쓴 것일까? 가난하지도 풍족하지도 않은 집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이 장사를 시작한 이후로 자영업자들의 일희일비하는 매일을 일찍이 가까이서 지켜본 나로서는 경제적인 자립이란 불안정한 매일을 지켜 나가는 댓가로 얻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생긴다니, 그것도 모두가 인플레이션으로 힘들어 하는 시기에 이런 일을 경험하다니, 기분이 얼떨떨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집을 사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심리적으로 압박 받는  일인지는 많은 이들에게 들었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그 일면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사실 그것보다 나와 내 파트너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동네를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안에서 찾는 일이었다. 이민자로서 타국에 정을 붙여 살아야 하는 모든 이들은 알 것이다. 내가 우리 동네라고 부를 수 있고, 정붙여서 살 수 있는 곳을 찾기란 꽤나 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꼭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막연히 시작하게 된 이 과정이 사실은 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의 순위를 결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엔 걸어 다니기 좋은 동네일 것, 다양한 인종과, 문화, 언어를 가진 이들이 섞여 살고, 홍수가 나지 않는 동네 일 것, 패티오가 있을 것, 남향일 것, 노을을 볼 수 있는 서향의 창문이 있을 것, 야드가 있을 것, HMart에서 너무 멀지 않을 것, 2층 이상은 아닐 것, 충분한 주차공간이 있을 것, 직장에서 너무 멀지 않을 것 (교통체증을 고려해도 40분 이상 걸리지 않는 거리) 등등, 여러가지의 조건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은 나와 파트너의 예산에서 그런 동네를 찾기란 불가능 하다고 얘기 해 주었다. 미래를 생각해 투자할 만한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우리의 예산을 벗어난 매물은 리파이낸스를 하거나, 렌트로 돌려 모기지를 갚는 방식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도 계약이 가능하다고도 우리에게 뜨문 뜨문 흘려보냈다.  

이와 관련한 여러가지 대화들을 곱씹으며 내 마음은 이상한 텐션과 그로인한 불편함으로 가득찼다. 이 와중에서 나를 제일 괴롭혔던 것은, 나의 우선순위를 만족시키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좋아한 동네들은 홍수가 나지 않고 걸어 다니기 좋고 귀여운 상점들이 즐비했지만, 우리의 예산에서 턱없이 벗어났고,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역사가 있었고, HMart와 가까이 있는 집들은 예산에 맞는 집들이 더러 있었지만, 우리의 스타일에 맞지 않았고 또 중요하게는 직장과 꽤 멀어 운전시간과 가스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인종, 특히 여러 나라에서 온 아시안, 라티노, 흑인 이민자들이 형성한 커뮤니티는 홍수로 인한 피해를 종종 입지만, 그 보상을 제대로 받기도 전에 또 다른 홍수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동네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중인 곳들이었다. 레드 라이닝이라는 역사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시스템은 다른 얼굴을 한 채 사람들을 출신 배경과 자산의 정도로 가르고 또 가르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역사적으로 흑인들이 대부분이 살고 있는 곳인 third ward에 있다. 백인과 흑인의 분리 역사의 증거인 기차길이 남아 있으며, 경찰차가 항상 순찰 중이다. 이 곳은 홍수로 인한 수해피해를 빈번히 입는 동네로, 5년전 허리케인 하비 때에는 캠퍼스의 여러 곳이 누수로 큰 불이 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 건물 중의 하나가 지금은 리모델링을 끝낸 나의 연구실이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Third Ward와 더불어 바로 윗 동네인 Second Ward는 히스패닉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로 멕시칸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이 두 동네 모두 현재 다른 동네에 비해 싼 땅 값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을 열심히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새로 지은 삐까뻔쩍한 큰 건물과 모던한 느낌의 집들의 모습이 오래되어 허물어져 가는 집들 사이로 어색하게 솟아오른다.       

지난 2년 여간 헤매고 또 헤매고 난 후 드디어 계약한 나의 첫 집은 나에게 큰 성취감과 뿌듯함, 그리고 안락함을 가져다 주고 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며 알게 된 마냥 즐겁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이 과정을 거치며 알게 된 마주하기 싫은 진실들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아직 미성숙하고, 어리다고 얘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숙한 어른이 상상하는 미래에 내가 살고 싶은 동네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세이] 이사
이은정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요즈음 케이 팝과 한국의 민요인 아리랑 그리고 구곡간장을 녹이는 판소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10대 20대의 젊은 외국인들이 대단히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온

[법률칼럼] DACA, 2026년 현재와 미래… 드리머들의 선택은 무엇인가

케빈 김 법무사 2012년 시작된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입국한 서류미비 청년들에게 추방을

[행복한 아침]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들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하루 일상의 시작은 식사준비에서 시작된다. 매일 설거지하고 치우고 닦기를 번복해도 그리 표시가 나지 않는데 며칠만 손을 놓으면 당장 뒤죽박죽에 난장판 일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초여름인 6월의 날씨는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싱그럽다.빗물 머금은 풋풋한 신록의 나무 잎새는 부드러운 바람결에 하늘거리고 있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대대적인 디지털 대전환 선언: 사회보장국(SSA)의 운영 혁신과 은퇴자 가이드종이 없는 모바일 SSN 도입, 24시간 디지털 서류 제출 등 대고객 서비스 개편 총정리 천경태 (금융

[신앙칼럼] 폭염의 향성: 솔라 피데(Tropism in the Sweltering Heat: Sola Fide, 마태복음Matthew 26:3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믿음의 향성(Tropism of Faith)프랑스 작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는 자극에 끌려 미세하게 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나무들

조이스 킬머 나는 결코 볼 수 없으리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굶주린 입으로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잎새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한미우호협회(회장 박선근, 이사장 프랭크 브레이크)가 주최한 한국전 기념 및 헌화 행사가 지난 7월 24일 엄숙히 거행됐다.1992년부

[수필] 뒷짐 진 삶에게 던지는 질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소 같으면 골프를 치고 돌아와 가방만 슬쩍 던져놓고는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던 과묵한 남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현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최선호 보험전문인 똑같은 물건을 남보다 비싸게 사면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 더구나 옆집 사람과 완전히 같은 물건을 샀는데 나만 더 비싼 값을 냈다면 더욱 기분이 좋지 않다. 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