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뉴스의 현장] SVB 파산의 의문점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05 14:16:37

뉴스의 현장, 이경운 LA미주본사 경제부 기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이경운 (LA미주본사 경제부 기자)

금융기관 파산과 관련해 우스갯소리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폭우가 닥친 어느 날 은행 앞에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 광경을 본 택시 운전사가 “저 은행이 망할 것 같아 고객들이 줄을 서서 돈을 찾는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이후 사람들은 정말 예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은행은 뱅크런 위기에 빠진다. 그러다가 택시 운전사의 말처럼 정말 망하게 되버린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이 이야기를 겹쳐서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먼저 뱅크런의 원인은 잘못된 소문이라기보다 은행이 자초했다. SVB는 기준 금리 인상에 취약한 장기 국채에 대규모 투자했다. 보통 이런 경우 파생상품을 통해 금리와 관련한 리스크를 헷지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대비는 하지 않았다. SVB가 왜 그렇게 무모하게 자산을 배분했는지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위기 상황을 공식화 하는 과정에서도 의문은 이어진다. SVB는 지난달 8일 채권 자산 매각과 이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증자 계획을 스스로 공시했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컨설팅을 했다고 하는데 이상한 결정이다. 뱅크런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공시 전에 은행들의 최종대부자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에 급전을 요청하는 것은 어땠을까.

이후 모두 아는 것처럼 뱅크런이 발생했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이 최근 의회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을 참고하면 9일에만 420억달러의 고객 예금 인출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SVB 총 예금 1,754억달러의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루에 이정도의 돈이 빠져나가면 버틸 수 있는 은행은 없다. 다음날인 10일에는 예금 인출 요구액이 1,000억달러를 넘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예금 인출의 속도다. 일반 상업 은행이라면 수천명의 고객들이 접속하기 때문에 서버가 마비돼 돈이 이렇게 빨리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SVB에서는 가능했다. 이를 두고 모바일뱅킹이 SVB 파산의 주범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SVB의 경우 주고객이 벤처기업들이기 때문에 거액의 예금을 갖고 있는 큰손들이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빼간 결과로 보인다.

파산 과정도 다이나믹하다. 채권 매각을 공시한 것이 8일이고 다음날인 9일 뱅크런 위기 발생, 이후 하루만인 10일 파산했다. 사태가 터지고 다른 은행들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방불케 했다. 실제 시그니처은행도 같이 뱅크런 피해를 입고 폐업했으니 우려가 생길만 하다.

이후 정부와 연준의 대응은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효과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주말 동안 매우 신속하게 대응책을 발표했는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은 상황이 정말 나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대처 가능한 문제를 빨리 잡은 결과로 보인다. 투자 담당자가 아니라면 어떤 상품인지 알기 힘들었던 금융위기 때와 달리 SVB 사태는 국채라는 전통적 자산의 가치가 추락한 결과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유동성을 투입하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이 가능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은행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SVB 파산 사태가 남긴 상흔이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주목된다. 특히 대형은행 중 장기 국채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찰스슈왑은 나쁜 의미에서 이번 분기 실적 발표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인 은행들도 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SVB 파산 사태를 극복하고 대형 은행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최근 바닥 없이 추락한 한인 은행 주가의 반등 포인트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들의 어닝 시즌은 10일 시작될 예정이다. 

[뉴스의 현장] SVB 파산의 의문점들
이경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조윤성의 하프타임] 패배의 고통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
[조윤성의 하프타임] 패배의 고통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

20세기 막바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세기말적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정치의 종교화’이다. 정치가 점차 합리적 판단과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 믿음과 맹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삶과 생각] 위대한 미국인 장학재단(GASF)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31일 위대한 미국인 장학재단(박선근 이사장)은 제2회 장학생 모집과 선발에 관한 기자회견을 했다. 선발신청은 2024년 1

[시와 수필] 희망은 삶에서 누린 가장 멋진 축복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희망은 한마리 새영혼 위에 걸터 앉아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그칠 줄을 모른다. 모진 바람 속에서 더욱 달콤한 소리아무리 심한 폭풍도많은 이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