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통합교육구(LAUSD) 직원노조가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자 많은 엄마들은 고민에 빠졌다. 파업으로 학교가 문 닫는 동안 아이를 맡길 데가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등 친척이 근처에 산다면 모를까 갑자기 어디서 아이들 봐줄 사람을 구한다는 말인가.
여성이 가정과 일을 병행하려면 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이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보통 데이케어 센터에 맡기지만 어린아이 키우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가장 흔하기는 아이가 아픈 것. 밤새 열이 나고 기침이라도 하면 아이를 데이케어에 보낼 수가 없다. 그때마다 아이 봐줄 사람은 없고, 결근할 수도 없으니 엄마들은 애가 탄다.
“아빠는?” 싶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엄마가 돌봐야” 라는 게 일반적 정서이다.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더는 안 되겠다며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십중팔구 여성 경력단절의 원인이다. 게다가 데이케어 비용은 또 얼마나 비싼가. 한달 벌어 아이들 데이케어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많은 여성들, 특히 싱글맘들의 현실이다.
엄마들의 이런 어려움을 가장 앞장서서 해결하고 싶어하는 정치인이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민, 매서추세츠)이다. 지난 2020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 당시 워런은 모든 가정이 부담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차일드케어 시스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미국 전체 가정의 절반에 해당하는 서민 부모들을 위한 차일드케어 법안을 내놓았다. 하루 1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그가 차일드케어 이슈에 이렇게 적극 나서는 이유는 엄마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캠페인 당시 워런은 이모 베스 이야기를 수없이 했다. 그가 은인으로 생각하는 ‘비 이모(Aunt Bee)’이다.
워런은 19살에 결혼해 교사로 일하다가 22살에 딸을 낳았다. 아기 키우느라 교직에서 물러난 그는 딸이 두 살 되던 무렵 럿거스 법대에 들어갔다. 남편이 그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걸 반대했기 때문에 공부로 방향을 돌렸다. 개학을 앞두고 딸을 맡길 데이케어 센터를 찾아 나섰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는 그때 처음 알았다.
어느 곳은 너무 지저분하고, 어느 곳은 너무 비싸며, 어느 곳은 너무 멀었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곳을 찾고 보니 아이가 기저귀를 떼야 받아준다고 했다. 두 살 채 못 된 아이를 훈련시키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그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진짜 어려움이 닥친 것은 몇 년 후 휴스턴 대학에서 교수로 일할 때. 딸은 초등학교 2학년, 둘째인 아들은 두 살 무렵이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워 학교로, 데이케어로 데려다 주고, 저녁에 데려와 먹이고 목욕 시키고 빨래 돌리고 나면 밤 12시. 그때부터 다음날 수업준비를 하는 나날이 계속 되었다.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클라호마에 사는 이모가 전화를 해왔다. 어떻게 지내느냐는 말에 잘 지낸다고 하고 나자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 이 일이 정말 좋은데,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서, 더는 못 하겠어” 하며 통곡을 했다.
한바탕 펑펑 울고 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이모가 말했다. “내가 내일은 갈 수가 없겠다. 하지만 목요일에 갈게.” 그리고는 당시 76세의 이모는 여행가방 7개를 챙겨들고 와서 16년간 같이 살며 아이들을 키워주었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모 같은 친척, 아니면 제도적 도움이 필요하다. 엄마 혼자서만 “아이는 누가 보나?” 애태우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