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에세이] 숨 쉬는 질그릇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03 13:12:40

에세이, 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홍식(내과의사·수필가)

 

마당에 작은 분수대를 하나 설치했다. 조그마한 항아리가 몇 층에 걸쳐 옆으로 기울어져 물이 내려가는 모습이다. 졸졸 물 내려가는 소리도 즐겁고 항아리 모양이 예전 한국에서 살던  집의 장독대를 떠올리게 하여 정겹게 느껴진다. 마당 한쪽에는 보통 크기의 항아리가 하나 놓여 있다. 별로 눈길을 주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분수하고도 잘 어울린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전에 사다놓으신 것이다. 한국의 어머님 세대에게 항아리는 필수품이었다. 일 년에 한 번씩 김장을 할 초겨울이면 나는 마당의 흙을 파서 큰 항아리와 작은 것을 땅 속에 묻고 그 위에 김치가 얼지 않게 가마니를 항아리 입 크기는 잘라내고 덮는 일을 한 기억이 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김장을 해서 항아리에 가득 채워 넣는 날, 또 장독대에서 장을 항아리 에 담그는 날이면 어머님은 행복해 하셨다. “한 겨울, 한 해는 맛있게 지내리라.”

보통 가정에서 쓰는 옹기로는 독, 항아리, 뚝배기 등이 있다. 옹기는 크게 질그릇과 오지그릇으로 나뉜다. 질그릇은 진흙만으로 초벌구이를 한 그릇으로 잿물을 입히지 않아 윤기가 없고 겉이 거칠거칠하고 오지그릇은 질그릇에 유약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으로 윤이 나고 단단하다

옹기는 적어도 1200~1300도라는 높은 온도에서 구워지는데, 800도 이상에서 나타나는 루사이트 현상에 의해 옹기 재료에 포함된 결정수가 열을 받아 빠져 나오면서 옹기 벽에 미세한 구멍이 남는데 그 크기가 산소보다는 크고 물방울 보다는 작다. ‘옹기는 숨을 쉰다’는 말은 이 때문이고, 물보다 작고 산소보다 큰 소금이나 설탕이 옹기 표면으로 흘러나와 맺히기도 하는데 이를 ‘옹기가 땀을 낸다’고 표현되었다. 간장, 된장 등은 소금이 너무 빠져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질그릇 대신 오지그릇을 사용한다, 오지그릇은 바람은 통해도 물은 통하지 않는다. 옹기의 배불뚝이 형태는 햇볕을 골고루 받아 용기의 상하 부위 온도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여러 개를 나란히 붙여 놓아도 아래 부분에 빈 공간이 생겨 바람이 잘 통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음식물을 자연발효 시켜 맛과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적합하다. 옹기의 대표되는 항아리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저장하는 용도 외에, 김장 김치, 물 항아리, 곡식 저장용기로 사용되었다. 

소금은 음식의 간을 조절해주는 반면 간장은 음식에 깊은 맛과 향을 더해주는데 간장의 신맛·단맛·짠맛·쓴맛·감칠맛 등을 나타내는 물질의 주체는 녹아있는 아미노산이다. 필자는 간장과 된장이 만들어 지는 과정이 항상 궁금하였다. 콩을 삶아 메주 덩어리를 만들어 놓고 따뜻한 곳에 두면 우리의 일반 환경 속에 있는 미생물, 특히 곰팡이가 메주에서 왕성하게 자란다. 각종 미생물이 단백질분해 효소뿐만 아니라 당 분해 효소, 지방 분해 효소 등을 동시에 메주 속에 생산해준다. 그 다음 소금물에 메주를 넣어 두면 메주 속의 효소가 녹아 나와 콩 단백질에 작용해 서서히 분해를 일으킨다. 콩 단백질이 분해되어 많은 아미노산이 녹아 나올수록 간장 맛은 좋아지며 질 좋은 간장이 된다. 숙성 후 걸러서 남는 부분을 된장으로 사용한다. 간장이 검은색이 되는 것은 당과 아미노산이 결합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편 재래식 메주에 번식하는 곰팡이 중에 누룩곰팡이와 비슷한 ‘Aspergillus flavus’라는 종류가 자라 맹독성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을 생성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간장의 숙성과정 중에 아플라톡신이 분해돼 그 양이 허용 기준치 이하로 줄어들어 인체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시판되는 메주 중에 자주 기준치 이상이 검출돼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서양인들이 간장과 된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기호성의 문제도 있지만 이런 곰팡이 독소를 걱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전통가옥은 대부분 부엌과 가까운 집 뒤 높직한 곳에 장독대를 두었다. 장독대에 그 집의 웬만한 세간사리가 다 얹혀있었는데 그 종류도 다양하였다. 큰 독, 항아리, 단지, 동이, 떡시루, 약탕기 등이 정겹게 놓아져 있었다.

진흙으로 빚어지는 항아리의 가치는 들어가는 내용물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인간도 마치 연약한 질그릇과 같다. 그러나 생각하는 그릇이다. 우리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그 사람의 가치는 달라진다. 좋은 것을 담을수록 귀한 존재가 되고 그 향기는 흘러나오게 된다.

[에세이] 숨 쉬는 질그릇
김홍식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7월 10일부터 시행되는 USCIS의 신청서 형식 심사 강화, 작은 실수가 신청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신앙칼럼] 예수 그리스도의 신 출애굽기(The New Exodus of Jesus Christ, 이사야Isaiah 40: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 사랑의 완결판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뜻하는 최고의 언어는 ‘헤세드(인애)’이며, 이 헤세드의 정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난 6월 25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6, 25 한국 전쟁 76주년 추념(모) 행사가 있었다. 주체는 애틀랜타 한인회 유진철 회장과 예비역 기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여성의 긴 노후, 쇼셜시큐리티를 더 깊이 알아야 합니다오래 사는 삶일수록 기록과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3월 23일 / 자료 출처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느 날 예고 없이 태어나 예고 없이 떠나는 것이 생명체들의 숙명이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잘

[내 마음의 시] 장미국수버섯

배형준 시인(소들녘  대표)                                                    찜통 더위에는시원한 국수만 한 것이 없지삼 십여 년 냉면사리

[수필]  찌그러진 소묘
[수필] 찌그러진 소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데생 클래스에서 강사님이 회원들에게 그림 한 장을 들어 보여주었다. 전 권사님이 그려낸 핸드 그라인더 소묘였다. 그 그림은 한마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진다. 새 자동차를 사서 차고를 나오는 순간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텔레비전, 냉장고, 가구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2032년, 정말 쇼셜시큐리티가 사라질까요?2026 신탁기금 보고서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짜 메시지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6월: 자료 출처: 2026 So

[애틀랜타 칼럼] 관심의 힘

이용희 목사 세상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본성이 상대방 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