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시론] 실리콘밸리에서 배우는 저출산 해법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29 12:45:55

시론,정혜진 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정혜진(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윤석열 정부가 조만간 파격적인 저출생(저출산) 대책을 예고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현재 거론되는 내용으로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최소화를 비롯해 출산 가구에 대한 세액공제 등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 관련 대책을 예고하는 기사들을 살펴봤다. 기사 댓글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여론은 ‘주69시간 일하게 하는 나라에서 누가 자식을 낳아 기를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민적 반대 여론에 정부가 급하게 철회한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에 대한 여파로 보인다. 결국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는 지금도 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는데 정부가 사실상 주69시간 일하는 것으로 강제한다면 어떻게 아이를 낳고 기르겠느냐는 말이다.

과연 높은 근로시간이 문제일까. 이 같은 반대 논리에 응당 소환되는 곳이 미국 실리콘밸리다. 미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40시간이지만 근로시간 최대 상한을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많은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치열하게 일하는 실리콘밸리는 근로시간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전체의 합계출산율은 1.7명대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워킹맘으로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이곳의 출산율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본격적인 공교육이 시작되는 만 5세 이전까지 모든 돌봄 비용은 가정이 부담한다. 

취학 전 아동들의 어린이집 돌봄 비용을 지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프리스쿨 학비는 살인적이다. 월 2,000달러(약 260만 원) 이상의 수업료 부담과 높은 베이비시터 비용으로 돌봄 초기 부모의 경력단절도 흔하다. 다만 희망이 있다. 기업에서 경력에 대한 공백을 크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은 공사 구분이 없어요.”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이들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생각 차이를 묻다가 듣게 된 답변이다. 구글에 다니는 한 엔지니어는 “아이들이 등하원할 때 필요한 픽업 시간에 대해서는 팀에서 인지를 하고 있다”며 “이 시간대를 빼고 미팅이나 회의를 잡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매너”라고 말했다. 

가정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돌봄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은 일과 동등하게 중요할 수 있다는 존중이다. 

단순히 아이 돌봄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반려동물 등 돌봄의 영역은 다양하다. 심심찮게 나오는 사무실 출근 지침이 시행되기까지 최소 몇 달 이상 걸리는 것 역시 가정 내 일과를 재배치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안착시킬 수 있도록 일종의 ‘소프트랜딩’을 위한 장치다. 

결국 가정 내 돌봄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직장과 사회에서 이뤘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얼마나 길게 주는지, 세액공제를 얼마나 해주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는 다음 문제다. 직원이 돌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늘 인지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선결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공사를 구분하라’는 오랜 불문율 속에 돌봄의 영역은 개인이 해결할 문제로 치부했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직원이 출산과 돌봄의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도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것을 요구하면 돌봄은 음지로 갈 수밖에 없다. 

부모가 빠진 돌봄은 조부모의 돌봄 노동 또는 베이비시터로 채워진다.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주말 부모와 늘 일과 가정의 양립 속에 쩔쩔매는 부모만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프로페셔널에게 요구됐던 ‘공사 구분’의 신화를 재정립해야 할 순간이다.

 이는 현재의 저출생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의 저출생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커서 어떤 부모가 될지, 출산과 돌봄이라는 선택지에 대한 첫인상은 현재의 부모 모습이 결정한다. 0.78이라는 수치라도 사수하기 위한 실마리가 여기 있다.

[시론] 실리콘밸리에서 배우는 저출산 해법
정혜진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요즈음 케이 팝과 한국의 민요인 아리랑 그리고 구곡간장을 녹이는 판소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10대 20대의 젊은 외국인들이 대단히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온

[법률칼럼] DACA, 2026년 현재와 미래… 드리머들의 선택은 무엇인가

케빈 김 법무사 2012년 시작된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입국한 서류미비 청년들에게 추방을

[행복한 아침]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들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하루 일상의 시작은 식사준비에서 시작된다. 매일 설거지하고 치우고 닦기를 번복해도 그리 표시가 나지 않는데 며칠만 손을 놓으면 당장 뒤죽박죽에 난장판 일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초여름인 6월의 날씨는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싱그럽다.빗물 머금은 풋풋한 신록의 나무 잎새는 부드러운 바람결에 하늘거리고 있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대대적인 디지털 대전환 선언: 사회보장국(SSA)의 운영 혁신과 은퇴자 가이드종이 없는 모바일 SSN 도입, 24시간 디지털 서류 제출 등 대고객 서비스 개편 총정리 천경태 (금융

[신앙칼럼] 폭염의 향성: 솔라 피데(Tropism in the Sweltering Heat: Sola Fide, 마태복음Matthew 26:3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믿음의 향성(Tropism of Faith)프랑스 작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는 자극에 끌려 미세하게 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나무들

조이스 킬머 나는 결코 볼 수 없으리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굶주린 입으로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잎새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한미우호협회(회장 박선근, 이사장 프랭크 브레이크)가 주최한 한국전 기념 및 헌화 행사가 지난 7월 24일 엄숙히 거행됐다.1992년부

[수필] 뒷짐 진 삶에게 던지는 질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소 같으면 골프를 치고 돌아와 가방만 슬쩍 던져놓고는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던 과묵한 남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현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최선호 보험전문인 똑같은 물건을 남보다 비싸게 사면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 더구나 옆집 사람과 완전히 같은 물건을 샀는데 나만 더 비싼 값을 냈다면 더욱 기분이 좋지 않다. 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