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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창] 스마트폰의 파괴력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16 13:20:18

데스크의 창,조환동 LA미주본사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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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화되면서 나름대로 정상 궤도를 찾아가던 미국 경제가 갑자기 암초를 만났다. 대다수 경제학자들과 미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FRB)은 팬데믹 기간 동안 역대급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또 매물부족과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의 주택시장 등을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겼으나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 금융 시장에서 예상치 않았던 변수가 생긴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서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 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지난 10일 전격 폐쇄 조치했다. 1983년 설립된 SVB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가 2,090억달러, 예금은 1,754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16위 대형 은행이었다. SVB 파산은 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워싱턴뮤추얼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어서 충격이었다.

SVB 파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일요일인 지난 12일 뉴욕주 금융서비스부는 자산규모 1,103억달러 규모의 시그니처 은행도 전격 폐쇄 조치했다. 2001년 문을 연 이 은행 역시 불충분한 유동성과 주가 폭락 등으로 폐쇄조치를 당했는데 SVB와 차이가 있다면 이 은행은 주로 가상화폐 거래 주요 은행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두 은행 모두 은행 폐쇄조치를 당하기 전 고객들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했는데 은행들에게 뱅크런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의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해지기 때문에 감독당국은 손을 쓸 수 밖에 없다.

월스트릿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이같은 뱅크런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스마트폰을 지적하면서 새삼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행사하는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준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기술 기업들의 돈줄이 말라버리면서 SVB는 신규 자금이 끊겼고 결국 과거 비싸게 샀던 매도가능증권(AFS) 등 채권을 대거 낮은 가격에 팔면서 18억달러 손해를 보았다. 또 23억달러의 증자 계획까지 무산되며 주가가 60%이상 폭락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위험하다. 빨리 자금을 빼라”는 벤처캐피털 회사들과 재정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면서 예금주들의 뱅크런이 시작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소식이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물론 이같은 소식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달됐다. 

이에 예금주들은 지난 9일 하루에만 무려 420억달러를 SVB에서 인출하려 시도했다고 WSJ는 전했다. 시그니처 은행도 지난 10일 하루에만 100억달러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뱅킹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 고객들은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키보드를 몇 번만 두드리는 것만으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 

WSJ는 1983년 문을 연 SVB와 그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기까지 40여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짚었다.

애플이 지난 2007년 6월 첫 아이폰을 출시한지 불과 16년 만에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모두 바꾸어버렸다. 

전화기는 더 이상 통화만을 하는 단말기 기능에서 벗어나 모든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컴퓨터와 종합 정보 통신수단으로 진화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유선전화와 공중전화가 사라져갔고 이제는 TV와 컴퓨터도 스마트폰이 빠르게 교체해나가고 있다.

뉴스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에게 통신 수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자도 비퍼→휴대폰→스마트폰 시대를 몸소 체험하면서 스마트폰의 위력과 편리함, 또 장단점을 매일매일 체험하고 있다. 

처음 비퍼를 지급받았을 때, 또 90년대 중반부터는 비퍼와 휴대폰을 같이 사용하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많이 향상된 것을 체감했다. 비퍼 시대 전에는 집에 없으면 연락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비퍼와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24시간 족쇄를 차고 있다”는 기분이 당시 들었던 것도 기억한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에게 차는 없이 살 수 있어도 스마트폰은 재산 1호라고 한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의 단절과 중독성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부부도 집에서 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화가 단절되는 것을 경험한 후 집에서는 가능하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모든 전화번호가 입력되면서 식구들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의사들은 스마트폰의 과다한 사용으로 인한 시력저하와 운동부족의 신체적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과 혜택을 주었지만 스마트폰의 파괴력과 위험성은 우리가 항상 주의하고 자제해야 하는 부분이다. 

[데스크의 창] 스마트폰의 파괴력
조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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