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이(耳-6획, 5급)
*순할 순(頁-12획, 5급)
귀로 무슨 말을 들어도 화를 내거나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대단한 사람이다. 늙어서도 버럭버럭 화를 잘 내면 나잇값을 못 하게 된다. 오늘은 ‘나이 예순 살’을 이르는 ‘耳順’과 관련 명언을 찾아보자.
耳자는 ‘귀’(an ear)를 뜻하기 위하여 사람의 귀 모양을 본뜬 것이었는데, 모양이 크게 달라졌다. 쓰기 편리함을 추구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이다.
順자는 흐르는 냇물의 모습인 川(천)과 큰 머리를 강조한 모습인 頁(혈)이 합쳐진 것으로, ‘(머리를 숙이고 흐르는 물과도 같은 성인의 도리를) 따르다’(obey)가 본뜻이라고 한다. ‘순하다’(gentle; mild) ‘차례’(order) 등으로도 쓰인다.
耳順(이:순)은 ‘귀[耳]로 무슨 소리를 들어도 다 순조(順調)로움’이 속뜻인데,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됨’을 이른다. ‘나이 60’을 달리 이르기도 하는 것은 ‘논어’ 위정편 제4장에 나오는 공자의 자기소개에서 유래됐다. 나이 예순이 넘어서도 귀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수양이 덜 되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귀먹고 눈멀어야 좋을 때도 있다고 한다. 다음 명언에 담겨져 있는 깊은 의미를 잘 음미해 보자.
“귀와 눈이 밝지 못하면
임금 노릇 못하고,
눈멀고 귀먹지 아니하면
시아버지 노릇 못한다.”
不聰不明不能王,
불총불명불능왕
不瞽不聾不能公.
불고불롱불능공
- ‘愼子’.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속뜻사전 편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