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삶과 생각] 늙어가는 것은 읽어가는 것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06 12:04:22

삶과 생각, 김범수 목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범수(목사)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세상의 학교에서 인생학과를 전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인 것이다. 

젊어서 배워야하고 늙어도 알아야할 것은 알아야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고, 또 다른 기회를 찾는 것이다. 늙어갈수록 약하고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세월의 긴 강물에 인생의 배를 오래 탄 사람으로서 농익은 깊은 맛과 위기 속에서의 여유와 갈등 속에서도 편안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젊을 때는 보지 못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자세히 보이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한문을 배울 때 그 한문이 무엇인지 모르다가 알고 읽는 것처럼 늙어가면서 몰랐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것인지, 왜 그런지 읽을 줄 알아야한다. 

그것들이 바로 시간과 사람과 장소의 언어들이다. 누가 말한 것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 때에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과 같이 이제 복권을 긁어가면서 숨겨지고 가려졌던 시간과 사람과 장소를 읽어야 한다. 

시간은 금은 아니지만 정말 금인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한 시간이 금쪽같은데 왜 그 때에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고 빌었던지 모른다. 시간은 언제나 아름다웠고 소중했던 것들이었다. 지난 시간도 그렇고 지금 살아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이다. 

그래서 날마다 “Oh Wonderful”이라고 시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울고 웃었던 시간들, 느리고 빨랐던 시간들, 지루하고 재미있던 시간들은 다 모두 나의 인생을 채운 시간들이었다. 

어떤 시간은 지우고 싶었지만 그 시간들도 나의 인생이라고 읽어가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웠던 가를 찾게 된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했던 그 사람들! 가족은 물론 소꿉친구들, 동창생들, 사랑했던 사람들, 미워했던 사람들과 함께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떠난 사람들도 다 귀하고 귀한 존재들이었다. 어떤 점에서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악한 악마일 수 있고 천사일 수 있다. 사람 때문에 기뻐하고 사람 때문에 절규했던 것들을 떠올릴 때 우리의 인생은 사람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착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악하고, 내가 악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천사였는가를 읽어갈 때 비로소 나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감사를 품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은 나를 깨닫게 해준 사람들이라고 읽어갈 때 그 사람들을 향해 “Oh Beautiful”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결국 아름다운 삶인 것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힘들고 어려운 삶의 현장이고 장소이다. 날마다 생사가 오고 가고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는 소식을 접하는 생존경쟁과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의 땅에 살고 있다. 언제라도 편안한 세상이 되어 본 적이 없다. 늘 불경기, 전쟁, 가난, 분리, 대립, 싸움, 실패, 미움이 공존하는 그런 세상이다. 

이제 이런 세상의 숲을 지나와 조용히 뒤를 돌아보며 또 앞을 바라보는 이 때에 이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은 그래도 나를 위해 준비된 인생의 경주장이었다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달렸던지 내가 달려온 그 삶의 현장, 장소는 행복이고 기쁨이었다고 읽어야 한다. 후회와 실패감으로 입을 꾹 다문 그런 모습이 아니라 마라톤 경기에서 일등으로 들어온 선수가 보여주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깊게 웃는 것처럼 늘 어느 때든지 조용히 자기를 칭찬하며 자신의 삶이 행복이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늙어가는 것은 곧 읽어가는 것이다. 시간도 읽고, 사람도 읽고, 살아왔던 삶의 현장 장소도 읽어가면서 Wonderful, Beautiful, and Happy 라고 되뇔 때 그 누가 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겠는가? 

[삶과 생각] 늙어가는 것은 읽어가는 것
김범수 목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