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엘리트 학원
첫광고

[전문가 에세이] 식욕이 밉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23 13:15:10

전문가 에세이,김 케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 케이(임상심리학 박사)

 

위장은 말이 없다. 배부른 걸 느끼는 부위는 당연히 뇌다. 주인이 음식을 자꾸 집어넣는다고 해서 위장이 “제발 그만!” 할 수는 없다. 배부른 느낌은 뇌가 담당한다. 포만감이란 ‘내장기관이 기계적으로 팽창했구만!’이라는 사실이 뇌에 전달되었을 때 생기는 느낌이다. 이 포만감이 우리 식욕을 조절한다. 좀 더 먹을까? 아니야, 정신 차리고 숟가락 놓자! 를 결정짓는다. 위장이 팽창한 걸 뇌는 어떻게 알았을까?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는 서울대 김성연 교수팀의 ‘포만감을 느끼는 신경세포 발견’ 논문을 공개했다(2020). 

실험대상은 쥐. 실험쥐들에게 물이나 고체음식을 먹이면 척수에서 뇌로, 또는 뇌에서 척수로 신호가 전달되는 통로 일정부분이 활성화되더라는 것이다. 먹어서 소화기관이 부웅~ 늘어나면 포만감을 느끼는 그 지점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이어서 식사량과 수분섭취도 줄어든다. 옳거니! 그렇다면 내 브레인 속의 이 부분을 조절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나? 라는 기대는 좀 이르다. 왜냐하면 포만감이 음식 먹기 시작하는 일을 말리기는 하지만, 일단 시작한 먹기를 멈춰주지는 않기 때문.

다이어트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제다. 18세 이상 한국여성 85%는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경험이 있다(한국갤럽, 2018). 배는 부르고 살 안찌는 음식은 뭐지? 토마토? 알긴 아는데 실천은 어렵다. 배고플 때 떠오르는 음식은 토마토가 아니라 빵, 떡, 짜장면 같이 칼로리 높은 메뉴들이다. 먹는 일은 정서와 깊은 관련이 있다. 9.11 테러 직후 미전역의 식료품점, 식당에서 소위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로 꼽히는 달고 기름진 음식의 판매가 25-40% 증가했다는 게 ‘경제 타임즈’의 보도다. 우울, 불안, 가족 갈등, 회사 스트레스, 자신의 신체이미지에 대한 불만 등 먹는 일에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 원인은 수없이 많다. 

정신의학에서 ‘섭식장애’라고 부르는 여러 증상 중에 가장 흔한 ‘폭식장애’는 먹는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자기 신체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수록 폭식이 증가한다. 짧은 시간 안에 폭풍흡입 한 다음 체중증가를 걱정한 나머지 곧바로 토하거나 설사유도제를 사용하는 ‘신경성 폭식증’도 있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엄청 먹은 다음 토해내지만 몰래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중독’은 우울, 불안, 중독 등과 관련이 깊다. 주로 설탕, 소금, 빵, 지방, 카페인 등이 포함된 음식이 중독을 만드는데 가장 심리적 위험이 높은 증상이다. 

반대로 ‘섭식 억제’는 한마디로 식욕을 미워한다. 식욕에 대항, 먹는 일을 극도로 제한하고 억제하는데 대부분 다이어트가 목적이다. 주로 완벽주의자들이거나 강박적 성향, 신체이미지 불만족, 낮은 자존감 등 만성적인 심리 특성을 보인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강박적으로 몰두하는 것은 ‘건강음식집착증’이라 부른다. 영양불균형에 심각한 체중저하가 생기기도 하고 자존감이나 정서상태까지 좌우된다. 

밤이 되면 속이 출출하면서 뜨끈한 국물 한 대접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때 하루 먹은 양의 반 이상을 또 먹는다면 ‘야식증후군’으로 본다. 늦은 시간 야식을 먹고 나면 잠의 질도 안 좋아지고 비만도 걱정이 된다. 밤 아홉시, TV를 보다말고 “라면 곱빼기에 매운 김치, 계란 하나 풀고!”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면 대개는 그릇된 스트레스 반응일 수 있다. 먹는 일은 곧 심리 상태의 반영이다. ‘에잇! 잘 먹고 잘 살아라!’는 욕이 아니라 축복의 후렴구다.

김케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