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식(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자율주행이란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혼자 알아서 가는 자동차는 많은 공상과학영화 등에서 오래전부터 묘사됐지만 자동차에 제대로 장착돼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술이 된 것은 센서와 컴퓨터, 정보통신, 기계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최근 일이다.자율주행 기술은 그 기술의 난이도와 운전자의 책임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눈다. 자율주행 보조 장치가 없는 0단계에서는 자동차 기능의 통제와 안전 조작의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 하지만 완전 자동화가 되는 5단계의 경우에는 탑승자만으로 목적지까지 주행이 가능해 운전자가 운전대로 방향을 정하거나 가속·브레이크 기능을 하지 않아서 목적지를 입력한 뒤 본인만의 휴식을 갖거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꿈같은 이동이 실현된다.
1단계인 운전자 보조 단계에서는 차선 이탈 방지, 긴급 제동,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어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운전자가 책임지고 차량을 통제한다. 부분 자동화 기능이 있는 2단계에서는 차선과 간격 유지, 방향 제어, 가속, 감속을 자동 주행 시스템이 통제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주변을 관찰하며 적극적으로 운전해야 한다. 조건부 자동화 단계인 3단계에서는 일정한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해 자동차가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정체 도로를 돌아가기도 한다. 다만 정해진 한계 조건이 될 때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고도 자동화 단계인 4단계에서는 악천후와 같은 특별한 조건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고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주행 제어장치가 존재한다. 공상과학에 등장하는 5단계의 자율주행을 무인 자율주행이라고 해 꿈의 기술로 여긴다. 미래 자동차가 모빌리티라는 개념으로 전환하게 된 것도 무인 자율주행의 실현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통신 기술이 결합된 전자 기기로서의 자동차 사용성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무인 자율주행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면 언제가 될 것인가. 중국에서 반자율주행차인 테슬라가 길가의 트럭과 충돌하며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 같은 해 미국에서 커다란 흰색 짐칸 트럭과 하늘을 구분하지 못한 테슬라의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또 구글의 시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의 사고로 이어지면서 무인 자율주행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탐지 시스템과 인공지능(AI)의 성능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기술적인 한계에 더해 책임과 윤리 문제는 완전 자율주행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있는 무리 둘 중 하나를 치어야만 하거나 또는 사람을 치거나 운전자 본인이 사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 것인지 등의 많은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구축돼야하고 모든 차가 거의 동등한 자율주행 성능을 가져야하므로 그날이 더욱 요원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는 모빌리티를 첫 번째 주제로 내세우면서 여전히 자율주행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독일의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보쉬는 4단계 자율주행에 쓰일 라이다를 전시했으며 IT 기업인 소니와 완성차 업체인 혼다가 만난 소니혼다 개념차는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였고 벤츠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의 자동차 회사와 부품 회사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번 CES에서는 단기적으로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을 보여주며 무인 자율주행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말이 다시 나오기도 했다. 2·3단계 자율주행에 적용되는 제반 기술들은 지속적으로 개발돼온 지능형 자동차 혹은 교통 시스템 기술로 사고를 줄이는 안전 기술로서의 의미가 크다.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운전할 수 있는 정도로 고도의 융합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기술은 교통 약자를 위한 기술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운전대를 놓아두고 모빌리티에 윤리와 책임을 맡긴 채 쉬거나 다른 일을 보기 위한 편의 기술로서의 무인 자율주행은 근본적으로 부도덕할 수 있다. 인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본연의 자동차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안전 기술에 초점을 맞춰 자율주행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