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인 12일은 지구촌 최고의 단일 스포츠 이벤트인 NFL 수퍼보울이 열리는 ‘수퍼선데이’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테디엄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올 수퍼보울은 57회째이다.
수퍼보울은 경제전문 잡지인 포브스가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스포츠 경기로 꼽은 이벤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퍼보울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이는 미국인은 1억 명을 훌쩍 넘어서고 시청률은 40%를 상회한다. 요즘 같은 다채널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든 관심과 시청률이다.
이런 인기와 관심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광고료로 증명된다. 올 수퍼보울의 30초짜리 스팟 광고 가격은 무려 700만 달러에 달한다. 기록적인 액수이다. 엄청난 액수임에도 대기업들이 앞 다퉈 광고를 내려 하는 것은 그만큼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사람들이 수퍼보울을 시청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광고이기 때문이다.
입장권 가격도 장난이 아니다. 티켓스마터(TicketSmarter)에 따르면 이번 수퍼보울이 열리는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테디엄의 가장 비싼 좌석의 가격은 1장에 4만1,430달러이며 가장 싼 것도 5,000달러를 훌쩍 넘는다. 1967년 열린 첫 번째 수퍼보울 경기 티켓가격이 12달러였던 것에 비춰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당시 12달러는 현재 가치로 105달러 정도이다.
첫 수퍼보울 당시 커미셔너였던 피트 로젤은 이 경기의 이름을 ‘더 빅 원’(The BIg One)으로 부르기 원했다. 그랬던 것이 수퍼보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은 AFL 창설자인 라마 헌트의 제안 때문이었다. 이름을 놓고 고민하던 헌트는 자기 아이들이 ‘수퍼볼’(Super Ball)이라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으로 보다가 ‘수퍼보울’이라는 명칭을 생각해냈다.
올 수퍼보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흑인 쿼터백들이 맞붙는다.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패트릭 마홈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제일런 허츠가 그들이다. 올 27세인 마홈스는 이미 수퍼스타이다. 팀을 3번이나 수퍼보울로 이끌었으며 챔피언 반지도 이미 한 차례 낀 바 있다. 2년 전 10년 5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5억 달러의 사나이가 되기도 했다.
마홈스보다 3살 어린 24세의 허츠는 떠오르는 스타이다. 강한 어깨와 빠른 발로 상대 수비들을 괴롭힌다. 14승3패로 팀을 NFC 정규시즌 최고승률로 이끌었다. 마홈스 역시 같은 성적으로 AFC 최고 승률을 기록한 만큼 이번 수퍼보울은 명실공히 최강팀들의 격돌이라 할 수 있다.
현재 NFL에서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흑인 쿼터백은 10명이 넘는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흑인 쿼터백들의 이 같은 활약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NFL 전체 선수들 가운데 흑인 비율은 70%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풋볼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꼽히는 쿼터백의 비율은 언급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낮았다.
이런 현상은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탓이었다. 쿼터백은 순간순간 경기의 흐름을 판단하고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민첩한 판단력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하지만 흑인 선수들은 몸으로 뛰는 일은 잘해도 머리는 백인들만 못하다는 편견에 오랜 세월 피해를 입어왔다. 그렇지만 일단 기회가 주어지자 흑인 쿼터백들은 이런 편견을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쿼터백으로서 흑인 선수들의 실력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본래부터 그들의 자질은 출중했다. 다만 오랜 세월 그 능력과 실력을 보여줄 정당한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흑인 쿼터백들의 활약은 스포츠와 관련해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두 흑인 쿼터백이 맞붙는 올 수퍼보울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