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혀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이미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사모-조지훈 )
누군들 빗속을 거닐며 옛 추억을 내 정신 깊숙이 숨겨진 사랑의 무늬를 만드는 시, 세상일에 찌들려 세상속을 한번 쯤 벗어나고 싶을 때 광활한 우주 은하수 꽃길에 걸터 앉아 옛 추억 속을 거닐며 지구촌 세상을 내려다 보고 싶을 때, 웃음 반절, 울음 반절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 끓어오른 가슴으로 속세를 내려다 보며 한번 쯤 읊어보고 싶은 시 아닌가… 사랑 쯤이야… 한번 쯤 누구나 앓아본 가슴저린 혹독한 아픔, 옛 선비의 가슴에도 영혼을 흔드는 시가 풍류 속 멋과 지조, 옛 선비님 그 사랑의 아픔을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사모 곡’에 담았다 .
시인 조지훈(1920-1968)은 경북 영월군 태어나 시인이며, 학자로서 유명하다. 저서 ‘한국 민족운동사’ ‘민족 문화 연구 소장’대학 교수로, 조국이 어려울 때 민중의 가운데 서서 6.25 아픔을 겪으시며 우리 조국을 지키신 큰 어른이셨다. 지훈 시인은 단장을 짚고 두루마기 자락을 날리는 멋쟁이 시인… 얼큰히 술에 취하면 툇마루에 앉아 시를 읊는다.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운다/ 구름 흘러 가는 / 물길은 칠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이 밤 자면 저 마을에 /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라. (그의 시 ,완화삼)
옛시를 읽으면서 몸과 마음, 영혼 깊숙이 새겨진 드높은 정신 세계, 멋과 지조로 가슴이 저민다. 기계 문명에 찌들어 사람도 기계가 되어버린
감각이 마비된 세상에… 오늘 조지훈 시인, 옛 선비의 맑은 시혼이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천리/
술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 시 , 나그네)
인간은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밤을 어디서 쉬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