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목사
그런데 은퇴 시기를 맞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이 어떤 성격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은 사람의 성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A타입은 일 중심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일을 해야 신바람이 납니다. 그런가 하면 B타입은 사람 중심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인간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삶의 스타일로 삼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일 중심으로 사는 사람은 은퇴하면 갑자기 삶의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그 사람은 일에 의해서 사는 것이 삶의 리듬이 되었기 때문에 그 리듬이 단절되어 버리면 공허감을 견디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타입의 사람들은 은퇴할 때 점진적으로 일을 줄여가면서 은퇴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면 일보다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은퇴를 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인간관계를 즐기면서 은퇴시기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은퇴 직전까지 자신이 가진 직업이 어떤 것이었는가 하는 직업 유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 자리에 계속 앉아서 해야 하는 일을 하던 사람보다는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수행해야 하는 직업에 속한 사람들이 은퇴에 더 잘 적응한다고 합니다.
외국의 어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업 가운데 가장 장수하게 하는 직업은 경찰관과 우체부라고 합니다. 요즈음은 경찰관의 기능과 직능이 매우 다양해졌지만 거리에 나서는 경찰관은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것이 일입니다. 우체부도 마찬가지 입니다. 편지를 들고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므로 은퇴한 뒤에도 어디든지 왔다 갔다 하면 됩니다. 노인이 되어도 삶의 기본적인 패턴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살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자리에 앉아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그 일을 놔버리면 그 공허를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은퇴를 빨리 할 것인지, 늦게 할 것인지, 또 갑작스럽게 할 것인가, 점진적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명예로운 은퇴인가 아니면 실패에 따른 은퇴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사업에 실패하여 은퇴를 하면 그 사람은 장수하기가 어렵습니다. 실패에 대한 충격을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실패했다고 느껴지면 어느 정도 복구시켜놓은 후에 은퇴를 해야 합니다. 곧바로 은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네 번째로, 자신의 배우자가 생존해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 은퇴까지 하게 되면 그 사람도 빨리 죽습니다. 이것은 통계학적인 실증입니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경우에는 일에라도 몰두하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하버드대학에서는 65세 이상 된 하바드의 졸업생들 가운데 200명을 선택해서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그 중의 100명은 은퇴를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75세 이상 된 사람이 8명이었고 그 중 7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은퇴하지 않은 나머지 100명 가운데 75세 이상 된 사람이 8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1명만 세상을 떠났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통계학적인 실증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조금씩이라도 일할 수 있는 리듬으로 삶을 즐겨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