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를 창업해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키워낸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났다.
넷플릭스를 창업한지 25년 5개월 만이다. 그는 퇴진과 관련한 성명에서 “창업자도 진화해야 한다”며 퇴진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와 공동 CEO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자선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넷플릭스의 창업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1990년대에 영화는 극장 개봉 후 부가판권 시장으로 직행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놓친 관객들은 주로 비디오 대여점에서 본인이 보고 싶은 영화를 대여해 보는 시스템이 주를 이뤘다.
어느 날 헤이스팅스는 대여한 비디오를 깜빡하고 반납하지 않아 무려 40달러의 연체료를 지불하게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런 대여 시스템에 화가 난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직접 이 시스템을 고쳐보겠다고 다짐해 세운 것이 넷플릭스라는 것이다.
또 다른 스토리도 있다. 헤이스팅스가 동네 피트니스 센터를 갔는데 자동차들이 피트니스 건물에서 좀 더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기 위해 계속 돌더라는 것이다.
땀 흘리며 운동을 하기 위해 피트니스를 찾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걷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보다 간편하고 편리한 비디오 대여 시스템이 문뜩 떠올랐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런 일화들을 놓고 실제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성공기업들에 따라다니는 ‘창업 신화’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무엇이 넷플릭스 탄생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는지 와는 관계없이 넷플릭스가 DVD 대여 사업으로 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DVD 대여 사업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창업 7년 만인 2003년. 그리고 4년 후인 2007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전환을 꾀한다.
이후 넷플릭스는 수차례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OTT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유료 가입자 수는 2억3,000만 명이 넘고 기업가치는 1월 현재 1,61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혁신의 중심에 섰던 사람이 CEO 헤이스팅스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그가 지은 책 제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목은 ‘NO RULES RULES’. 규칙이 없는 게 바로 넷플릭스의 규칙이라는 것이다.
그가 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패러다임으로 내세운 것은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이다. 많은 기존의 기업들이 사내 문화로 내세우는 ‘규정과 절차’(Rules and Process)와는 대조적인 개념이다.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헤이스팅스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인 것이 우리의 문화”라고 이것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넷플릭스에서는 높은 사람이 최종 결정권자가 되지 않는다.
상사가 아니라 정보에 가장 밝은 주장을 하는 직원을 결정권자로 인정한다. 상사는 현명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게 맥락을 짚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상명하복을 근간으로 하는 다른 기업들의 피라미드형 의사결정 구조와는 사뭇 다르다.
이것은 헤이스팅스 자신이 겪었던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넷플릭스의 문화가 됐다.
‘규정과 절차’보다 ‘자유와 책임’을 앞세우는 넷플릭스의 자유분방함이 모든 기업들에 받아들여질 수는 없겠지만 “이견 제시를 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불충하는 것”이라는 헤이스팅스의 파격적 지적만큼은 많은 경영자들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