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미주 총동문회장)
저렇게 눈떠야 한다 지난 겨울 바람은 매서웠으나
꿈도 흐르기를 멈추었으나
칼잠 얼어 흐르기를 멈추었으나
칼잠 든 끗끗의 피
들판마다 그림자로 떠돌았으나
싹아, 싹아, 어린 싹이
뿌리인
내 너에게 이르노니
저렇게 웃어야 한다.
웃음으로 웃음으로 구축해야 한다.
지나가는 얼음이 얼음이라고 자지러질게 아니라
사랑이 땅에 하늘을 이어 준다고
하늘에 땅을 닿게 해야 한다고
소리쳐야 한다
소리쳐야 한다. (시, 강은교, 1945년생, 연세대 영문과 졸업, 허무 , 풀잎 다수의 시)
길없는 길을 걸어 왔습니다. 내가 못 다 부른 노래를 어느 시인이 대신 불러 주고 난 듣기만 했습니다. 꽃밭에서는 꽃이 되고 하늘에서는 구름이 되고 초등학교 학생이 되어 웃고 울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 서성이다가 서투른 발길이 길을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글을 잘 쓰려하지않았기에 자연의 꽃밭에 숨어 꽃향기에 젖어 그냥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흙 속에 손을 묻고 ‘시우네 명상센터’란 팻말을 꽂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조금씩 선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렇다, 사람도 대지처럼 눈을 떠야 한다. 꽁꽁 언 대지 속 숨어있는 꿈을 깨어 봄이 되면 눈을 부릅뜨고 다시 태어날 새싹을 흙 속에서 키웁니다. ‘어느 힘 센 장사가 꽃을 피울 수 있나요, 오직 사랑만이 꽃잎을 여네’ 꽃들의 노래… 앙상한 겨울 나무는 죽어서야 다시 사는 법을 배웁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사랑의 탄생은 겨울나무가 다시 사는 기다림의 하늘을 알게 합니다. 지구별의 아픔이 이토록 잔인하게 스쳐간 적이 있었을까요.
난 항상 이 글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한해를 달려왔습니다. 법정스님 처음 책 ‘서있는 사람들’에서 처럼 도피처를 찾았습니다. 강원도 오두막에서 누군가 버려진 집에 사시는 스님의 글을 읽으며… ‘그들에게는 달력을 걸어 둘 벽이 없다. 꿇어 앉아 마주 대할 상이 없다. 그들은 구름 조각에 눈을 파느라 지상의 언어를 익혀두지 못한다. 그들은 뒤늦게 닿은 사람이 아니라 너무 일찍 와버린 길손이다. 글을 읽으며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당했을때 ‘도대체 나는 누구지?하며 내 존재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민의 터 위에 아틀란타에서 반세기를 함께 사신 어르신들께 새해 인사를 지면으로나마 드립니다. 벌써 묵은 한해를 보내면서 부끄럽고 못 다한 일들이 많아 부끄러운 한해였음을 고백합니다. 당신 곁에 머무르면서 작은 목마름이라도 채워 드리지 못한 나의 부족함이여… 그래도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것은 ‘당신의 따스한 사랑이었습니다.’
새날에는
내 마음 하얗게 텅 비워 두고 싶다
길없는 길위에 생의 한 발자국 새기고
새날의 일기는 하늘 물감으로
하늘이 쓰시게 비워두리라.
나의 길은 언제나 작은 점 하나였다.
꿈을 실은 그길은
거대한 산이요, 바다였다
내 영혼의 목마름 바람이 채우고
영원한 어머니 품
대 자연에 내 마음 담그리라
텅빈 들녘에 나가
소리없는 희언의 바람 소리 들으며
나 오늘 영혼의 새옷 갈아 입고
새 날을 맞이하리라
행복은 아주 단순함속에 살고
들꽃들의 웃음 소리
물 흐르는 산골에 발 담그고
나 하늘을 더 자주 보리라
새날
삼백육십오일
뜨거운 신의 축복, 그 시간의 선물
바다의 젖줄 문 푸른 파도처럼
기쁨 넘치는 자유함 누리며
나 오늘
새 길을 가리라 (시, 김경자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