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11월이 가는 길목에서

November 14 , 2022 2:22 PM
외부 칼럼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최 모세(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최 모세(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가을 하늘이 높아가고 있다.

소슬바람에 들꽃이 하늘하늘 춤추고 한껏, 푸르름을 자랑했던 나뭇잎들은 어느새 곱게 단풍이 들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때 영혼과 내면의 세계가 한없이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11월의 애틀랜타는 단풍이 들어 숲의 그윽한 향연이 절정을 이루는 때이다.

자연의 섭리 앞에서 때를 분별하는 심오한 원(순)리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늦가을의 곱게 채색되었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산책로의 풍경이 짙은 그리움을 품고 현란하게 다가온다. 

바람에 휩쓸리며 뒹구는 낙엽은 흙의 자양분이 되어 새로운 태동을 위해 기다림의 시간에 순응하고 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잠시, 덧없는 상념에 잠기기도 하지만 미래를 향한 기다림(도전)을 멈출 수는 없다. 

긴 겨울을 나목으로 견디며 다가오는 봄에 잎을 피워내기 위한 때를 기다리는 나무의 교훈을 생각한다. 인고의 세월을 통해서 맞이할 찬란한 봄날의 환희를 말이다. 자연이 일깨워 주는 기다림의 지혜는 삶의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셀리”의 시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는 다가오는 겨울을 넘어서 봄을 바라보는 순수한 기다림(소망)을 표현한 시가 아닌가?

 

성경 신구약의 일관된 주제 중 하나는 약속된 메시아의 대망(기다림)이다. 

구세주 아기 예수 탄생을 시므온은 기다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제자들이 기다리고 인류 심판 날에 주님의 재림을 요한 계시록에서 속히 오시길 “마라나타” 기다림의 고백으로 맺고 있다. 신화, 시 문학, 음악, 미술, 영화에서도 기다림과 그리움은 순수한 차원의 숱한 주제로 살아 있다.

그리스 신화의 전쟁터에 나간 “오디세우스” 남편을 20년 동안 고통의 밤을 지새우며 기다리는 아내 “페네로페”의 정절을 지키는 과정이 눈물겹다. 

실존주의 부조리 문학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는 기다림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루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모순된 현실의 반복이지 싶다. 

막연한 기다림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모호하게 연극의 막이 내린다. 

인간 실존의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전음악에서는 “그리그” 작곡 <페르귄트>에서 탕아 “페르귄트”를 백발이 되도록 평생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솔베이그 송”의 애절한 노래가 있다. 

“렘브란트”는 [돌아온 탕자. 눅15:11-32] 회화에서 아버지가 거의 눈이 멀도록 탕자 작은아들을 애타게 기다렸던 깊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돌아온 탕자 작은아들을 포옹하는 경건한 분위기의 명화가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이태리 출신 “빅토리아 데시카” 감독의 “소피아 로렌” 주연의 [해바라기] 영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의 포로가(실종) 된 남편을 기다리다가 러시아로 찾아가는 영화의 주제는 그리움이다. 

기차가 우크라이나를 지날 때 광활한 평원에 해바라기가 피어난 풍경이 영상을 가득 채우는 장면은 압권이다. 

“헨리 멘시니”의 주제곡 의 애틋한 선율이 감미롭게 흐르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바라기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명장면이다.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은 처절한 슬픔을 첼로로 연주한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이다. 늦가을의 쓸쓸한 숨결이 흐르는 듯 영혼의 깊은 울림이 가슴을 적시는 “베르너 토마스 미푸네”의 섬세하고 애절한 선율의 연주가 그리워지고 있다.

1996년(?)대 말에 독일에서 내한 공연 시 우리 가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박춘석 곡> 연주에도 음악감상객들은 열광했다.

늦가을의 풍경 속에서 짙은 감성이 묻어나는 낭만적인 선율이 마음을 뒤흔들었음은 물론이다.

조락의 계절에 새로운 기다림의 열망이 감성에 치우치지 않는 이성과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길 원한다.

11월이 가는 길목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더해주는 성찰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시간의 향기”가 영혼과 내면에 그윽한 느낌으로 채워지는 그러한 삶의 여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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