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전 숙명여대미주 총동문회장)
매일 조금씩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죽음을 잊고 살다가
누군가의 임종 소식에 접하면
가슴속에 오래도록
찬바람이 분다
'더 깊이 고독하여라'
'더 깊이 아파 하여라'
'더 깊이 혼자가 되어라'
두렵고도
고마운 말 내게 전하며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라 이르며
겨울도 아닌데
가슴속엔 오래도록
찬바람이 분다. <이해인>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 영혼을 울리는 시…
그때도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남기어 둔 마지막 세모의 저녁 무렵이었을 것이다. 멀리서 느린 종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 꺼져가는 등불처럼 느린 종소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소리였다. 누군가가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일까… 하인을 시켜 누구의 죽음인가를 알아 보라고… 이내 후회한다. 누구인들 무슨 상관이야… 결국 떠나가는 사람이야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나라로 가는데 그를 보내는 이들의 슬픔과 외로움 알고져 함인가. 달래는 종소리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하여 울리는 것인데 위로라기보다는 오히려 남은 자들에게 인간이 얼마나 처절하게 외로운 존재인가를 절실하게 깨우쳐 줄 뿐, 누군가가 나를 남기고 영영 떠나고 있다.
까닭 없이 외롭고 서글퍼진 세모다. 바로 어제 모차르트 김순식 사장이 72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집 팔 남매 중 바로 내 아래 동생이었다. 감기로 잠시 입원한 줄 알았는데 합병증으로 이틀 동안이나 코마로 의식을 잃고 한마디 인사도 없이 어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인생은 누구나 외로운 빈배라지만 삶과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팔 남매 중 유난히 내곁을 따라 다닌 그는 날 찾아 아틀란타에 와서 30년 가까이 모차르트 제과점 운영하며 함께 산 동생을 보내고 내가슴엔 찬바람이 분다. 그가 의식 없이 코마로 병상에 누웠을 때, 하도 원통해서 ‘일어나라… 한 번만 눈을 떠라… 귀에 대고 몇번을 소리쳤다. 그때 아무 의식도 없던 그가 눈썹이 떨리던 눈을 잠시 떴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보려고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그의 영혼이 우리 모두의 말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자녀들이 아빠를 부르고 친구들이 순식아 나야… 하며 울부짖었다. 몇 분을 그리운 이들을 보고 싶어 눈을 떴다가 다시 영영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죽음과 죽어감’을 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죽음은 슬픔이 아닌 육신의 잠시 분리이며 삶과 죽음은 늘 함께 있다고 그의 저서에 쓰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의사라 부르지만 사람들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있다. 나의 가장 본질적인 연구는 삶의 의미를 밝히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20세기 100대 사상가로 타임이 선정한 인물이다. 살아있을 때 잘 죽는 사랑의 겸손을 연습해 고통 중에도 웃으며 떠나고 싶다는 용기와 희망을 선물한 박사님 살아 움직이는 빛나는 지혜의 별이 되셔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듯 생각하고 말하라’ 깨어있는 삶, 지혜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신다. 그녀의 장례식에는 수많은 나비들을 날게 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천국 환송 노래로 축제를 이루었다. 은하수 꽃길에 별들이 빛이 되어 천국문이 열리고 먼저 가신 부모님, 형들을 만나 천국 잔치로 너를 영접할 것이다. 그 천국문에서 고통도 눈물도 없는 영생의 새 삶을 살아다오. 너의 빈 배에… 기다리는 행복 사랑이 출렁일 수 있도록 기도할께. 사랑한다. 누나가…